이미 완성된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가능성만 있던 유망주들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비록 그 여정이 멀고 험난하더라도 무사히 완주하면 어느 새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그 긴 여정의 초입에 넥센 히어로즈 좌완 유망주 이승호(19)가 발을 내디뎠다.
1999년생, 만 19세. 프로 입단 2년차에 벌써 한 차례 트레이드를 경험한 좌완투수. 지금까지의 이승호는 이런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직은 확실히 1군에서 자기 입지를 굳혔다고 보기 어렵다. 기대는 많이 받았지만, 시련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KIA타이거즈 2차 1지명으로 입단한 이승호는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재활 중에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KIA가 강속구 마무리 김세현을 데려오며 넥센에 이승호를 보냈다.
넥센도 김세현이 수술 후 재활중이라 당장 쓸 수 없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잘 극복해내면 충분히 팀 마운드의 재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승호가 정상 컨디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는 이승호가 재활을 마치고 실전을 시작한 첫 시즌이다. 회복은 다 됐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선수도, 감독도.
그래도 넥센 장정석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이승호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장 감독은 "이승호는 앞으로 왼손이 부족한 우리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선수다. 불펜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멀리 봐서는 선발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이승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이승호는 총 14경기에 나와 16⅓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 4.96에 1패 1홀드. 보직은 불펜이지만, 아직 확실한 필승조는 아니다. 여전히 미래를 위한 투자의 개념에서 등판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팀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최근 그런 모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고척 KT전 때는 선발 최원태에 이어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4개나 잡았고, 볼넷은 1개도 없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틴 것이다.
4점 차이라 홀드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가뜩이나 불펜진이 불안한 상황에서 경기 종반 2이닝을 혼자 버텨준 건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지친 선배들을 대신해 충분히 필승조의 역할을 이어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이승호도 필승조가 되어가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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