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환자인 50대 B형 간염 보유자 김모씨는 평소 꾸준히 관리했지만 결국 간경변과 간암(간세포암)이 발병했다. 간경변이 심해 간암의 수술적 절제는 불가능했으며, 간동맥색전술을 시행 받고 1주일에 한 번씩 복수를 빼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간경변으로 인한 합병증까지 겹쳐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아들에게서 생체공여자 간이식을 받았다. 이식 후 간경변으로 인한 합병증은 사라졌고 현재 간암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아들로부터 받은 간을 지키기 위해 금주와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며 건강한 생활을 하는 중이다.
간은 각종 영양분을 인체 여러 조직에 전달하거나 저장하고, 알코올이나 약물 등을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는 별명처럼 간경변증이 생겨도 심하게 진행된 후에야 복수, 황달, 간성혼수, 정맥류출혈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중증 간질환으로 심화된 이후인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간경변의 가장 흔한 원인은 B형 간염이며, 알코올 및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도 증가하고 있다.
간암(간세포암)은 간에 제일 흔하게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대부분의 간암은 간경변과 동반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간암의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간암 자체뿐만 아니라 남은 간의 기능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 간경변 원인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간암은 치료 방법에 따라 근치적 치료와 완화적 치료로 나뉜다. 근치적 치료는 대표적으로 수술적 치료(간절제 및 간이식)와 종양의 크기가 작을 때 시행하는 고주파 치료 등의 국소치료술이 있다. 이와 같은 근치적 치료가 힘든 경우에는 간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치료 등의 완화적 치료를 시행한다.
근치적 치료법 중 고주파 치료 및 간절제술은 한계가 있다. 고주파 치료는 간암의 크기가 큰 경우(3㎝ 이상)에는 높은 재발률로 인해 치료가 어렵고, 간암의 위치에 따라서도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간절제술은 간경변의 정도와 간절제 후에 남는 간의 크기를 확인해서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간절제술은 암이라고 생각되는 병변과 주변 간조직을 함께 절제하게 된다. 암에서부터 적절한 경계를 두고 충분히 절제 하는 것이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특히, 간암은 간 내 전이가 빈번해 암 주변을 충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간암은 간경변과 함께 온다. 간경변 환자는 간 기능이 저하된 탓에 절제 가능한 간의 부피도 제한되므로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 할 수도 있다. 또, 간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가 대량 간절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 후 간 기능 부전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간절제술로는 치료가 어렵다.
간이식은 간암 치료법 중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고주파 치료나 간절제술로 간암 조직만을 제거하면 환자에게 남은 간(간경변이 있는 간)에서 간암이 계속 재발할 수 있고, 간경변이 악화돼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간이식은 간암 환자의 간을 모두 떼어내고 공여자의 간을 이식하므로 수술 후 회복한 후에는 간경변이 없는 정상 간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처럼 간암 환자가 간 이식을 받으면 암과 더불어 간경변증을 동시에 근치적으로 치료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진행성 간암의 경우 간 이식을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간 이식은 대개 단일 간암의 크기가 5㎝ 이하 혹은 3㎝ 이하 간암의 개수가 3개 이하이면서, 원격전이와 혈관침범이 없는 경우에 시행한다.
이와 같은 한계 때문에 간 이식 역시 간암 치료의 만병통치술이 될 수는 없다. 일단 기증자가 있어야 하며, 심하게 진행된 간암에서는 간 이식 역시 재발에 대한 위험성으로 인해 적용이 제한되고, 이식 후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간암 전문의는 각 환자마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가정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한다.
최호중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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