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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논란' 권순태, 한-일 축구전쟁 불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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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이다. 권순태 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 축구전쟁으로 격화될 조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3일, 수원 삼성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이 펼쳐진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 수원이 2-1로 앞선 전반 43분, 공격에 나선 수원 임상협(30)과 이를 저지하려던 가시마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34)가 경합 도중 충돌했다. 시비를 가리다 분을 삭이지 못한 권순태는 임상협을 향해 욕설과 함께 박치기를 날렸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심판 눈 앞에서 벌인 담대한 도발. 사실 상황만 봐서는 레드카드를 줘도 이상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실제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 당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이탈리아의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해 퇴장당한 바 있다.

퇴장 위험을 무릅 쓴 이례적 감정 분출. 왜 그랬을까. 경기 후 권순태는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리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 권순태와 임상협은 과거 전북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두 시즌(2009~2010시즌)을 함께 했다. 한 팀에 있었지만 두터운 친분을 쌓지는 못했다고 한다.

의도했건 아니건 자극 효과가 있었다. 실제 권순태의 '박치기' 이후 경기 양상이 확 바뀌었다. 1-2로 밀리던 가시마는 후반 39분 세르징요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에 경기 막판 우치다가 내지른 중거리슛이 수원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득점으로 연결되며 결국 3대2 승리를 거머쥐었다. 권순태의 행동이 가시마 일본 동료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킨 셈.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힌 우치다는 "권순태의 행동이 스위치를 켠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선수들 사이에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가시마는 결승 진출까지 한 걸음 앞서가게 됐다. 하지만 4강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원에도 기회는 있다. 두 팀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운명을 건 2차전을 펼친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대결이 예상된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수원 팬들은 화가 단단히 났다. 구단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단은 아시아축구연맹에 꼭 항의 해야 한다', '홈에서는 반드시 이기자'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병근 수원 감독대행은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나간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서 결승에 진출하도록 하겠다.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2차전을 냉정하게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치기 논란'이 불 붙인 한-일 축구 전쟁. 과연 마지막에 웃는 팀은 어디일까.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