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기우였다. 마치 맞춰본 적이 있는 듯한 환상의 호흡이었다.
SK 와이번스는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연장 10회말 11대10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이날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우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김광현은 6회 상대 임병욱에게 통한의 2타점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5회까지 여러차례 위기를 넘기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SK는 경기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주전 포수 이재원이 4차전에서 뒤꿈치를 다쳐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 트레이 힐만 감독은 허도환을 선발 포수로 선택했다. 수비형 포수 이성우가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의 선택이었다. 큰 경기는 일단 투수 리드와 수비의 안정감이 중요한 데 이성우가 그 점에서 더 나았다.
허도환은 올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합류했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 2군에 있다 10월1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김광현과 딱 한 차례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김광현은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그 한 경기 경험이 '큰 그림'이었을까. 김광현과 허도환은 위기마다 상대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승리했다. 5회 2사 3루 위기서 김하성을 상대할 때 마지막 예상치 못한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게 기가 막혔다. 이날 딱 3개의 커브를 던졌는데, 타자의 기억 속에 사라질 즈음 하나씩 섞어내는 볼배합이 좋았다. 4회 1사 3루 선취점을 줄 수 있는 위기에서도 상대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를 상대로 낮은 슬라이더 결정구를 사용해 삼진을 잡아낸 것 역시 훌륭한 피칭이었다. 그 때 SK가 선취점을 줬다면 경기가 꼬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김광현이 임병욱에게 안타를 맞은 건 2S 상황 실투였다. 리드 실수가 아니었다.
허도환은 넥센, 한화 이글스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알렸다. 일발 장타가 있어 상대가 그걸 경계한 반면, 수비에서는 약점이 있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 선발로 나서 김광현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석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끈질기게 제이크 브리검의 투구수를 늘려준 건 보너스였다.
김광현의 호투가 없었다면, SK의 극적인 승리도 없었다. 그 호투 뒤에는 허도환이 있었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