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는 조금 다른 심장으로 살아간다'고 말하는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별이 된 그리운 언니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글들이다. 오랜 시간 침묵으로 홀로 감당했을 작가의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실 글 속에 담겨 있는 그리움의 대상이 언니라는 것을 밝히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갑자기 먼 타국에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언니를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상실의 아픔이 너무 컸기에 '언니'라는 한 마디를 자신의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언니가 폭발과 화염 속에서 극한 공포에 떨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던 순간,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고는 러시아의 작은 시골 마을 골목골목마다 약에 취해 쓰러져 있는 젊은이들을 구하는 일이었다 … 자비한 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에게는 왜 이토록 잔인한가 … 온갖 원망의 질문들을 쏟아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엎드려 우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언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견뎌낼 힘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고 싶어서이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상황과 모습은 다르겠지만 이별에 대한 기억들이, 상실에 대한 아픔들이 한두 개씩은 있을 테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뻔하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일을 내가 겪었을 때는 그 일에 대한 무게가 결코 가볍거나 뻔하지 않다.
"남들보다 먼저 가는 내가 아직 슬픔의 벽 속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 길이 되어 주고 싶다. 이 땅 위에는 길이 없지만 한 사람이 먼저 가고 또 한 사람이 걸어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듯이 누군가에게 우리도 그렇게 길이 되어 주면 좋겠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 본 사람이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 작가의 글은 우리 모두의 아픔을, 상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기 충분하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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