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만약 현빈이 없었다 해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괜찮았을까.
tvN 토일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회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AR게임이란 신선한 소재로 중무장한 이 드라마의 매력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증강 현실이란 낯선 소재를 형상화 시키는데 성공한 건 분명 '안길호 매직' 덕분이다. 하지만 그 '안길호 매직' 또한 현빈이라는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생동감 넘치고 설득력 있게 시청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안길호PD는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게임과 현실의 교차를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작품 속 그라나다는 보니따 호스텔의 주인인 정희주(박신혜)가 12년 간 살아온 인생이 묻어있는 곳이다. 반면 유진우(현진) 앞의 그라나다는 AR 게임이라는 마법이 일어난 공간이기도 하다.
2회 말미 1년 전과는 달라진 유진우가 열차 총격전을 벌였던 장면을 살펴보자. 총격전으로 난잡해진 열차 칸 안에서도 평안하게 잠에 빠졌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등 자신만의 일상에 젖은 캐릭터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선사한다.
3회에서 등장한 카페 알카사바 앞의 날씨 변화도 마찬가지다. 최양주(조현철)에 따르면 '항상 비가 오는 설정'이라는 게임의 설정은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오직 진우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안길호PD는 게임에 접속한 진우의 시선에서 현실과 게임 속 날씨 변화를 직접 조명, AR 게임의 특별함을 한 눈에 보여줬다.
박신혜가 연기하는 희주와 엠마도 마찬가지. 안PD는 카페 알카사바 창문 안팎으로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희주와 게임 속 매혹적인 기타리스트 엠마를 한 프레임에 담아냈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런 안길호PD의 표현 기법은 현빈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현빈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는 AR 게임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장르 특성상 CG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그 얘기는 연기자로서는 실물을 대면하지 못한 채 오로지 상상력에 근거해 감과 촉으로 표현해야 할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기존 드라마 속 CG 장면에서는 기술력 뿐 아니라 배우가 어색한 연기를 펼쳐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빈은 이 어려운 과업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날아오던 화살이 멈추는 신 등 난이도 높은 연기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시청자 몰입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훈과의 대립, AR게임으로 인한 흥분과 혼란, 박신혜와의 로맨스 예감 등 복잡다난한 캐릭터의 감정 연기까지 차곡차곡 그려나가며 시청자의 이입을 돕고 있다. 만약 현빈이 없었다면 안길호PD의 디테일한 연출도, 송재정 작가의 시공간을 무단횡단하는 대본도 무게를 잡지 못하고 표류했을 터다.
이처럼 현빈은 '논스톱'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그레이드 된 연기로 극을 지배하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018년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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