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놓쳤다. 거의 매년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반복되는 씁쓸한 풍경이다. 두산 베어스는 올해도 대형 내부 FA를 잔류시키지 못했다.
올해 스토브리그 FA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양의지가 친정팀 두산을 떠나 NC 다이노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NC 구단은 11일 오전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양의지는 입단 13년만에 두산과 작별하고 제2의 선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팀 전력의 핵심인 양의지를 꼭 붙잡겠다던 두산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결국에는 '머니게임'에서 진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두산이 양의지를 잡기 위해 준비한 금액을 1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두산 구단 측은 총액 120억원 정도를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NC의 125억원 베팅을 넘을 수 없었다. 이건 '친정팀에 대한 정과 의리'같은 감성적 요인으로는 뒤집힐 수 없는 금액 차이다.
머니게임에서 밀려 내부 FA를 잡지 못하는 일은 언제 어떤 팀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두산이 유독 이런 상황을 자주 겪는다는 점이다. 과거 FA 사례를 보면 금세 드러난다. 역대 두산의 내부 FA 상한선은 잠정적으로 '총액 50억원'에 고정된 듯 하다. 2017년 내야수 김재호를 잡을 때 4년-50억원(옵션 4억원 포함)에 계약했다. 이 금액이 역대 두산의 내부 FA 계약 최고액이다.
그 이상의 금액은 쓰지 않았다. 못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풍부한 외야 자원을 이유로 FA 민병헌 잔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결국 민병헌은 4년-80억원에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프랜차이즈 출신 스타 김현수 역시 잡지 않았다.
2017년에는 3명의 내부 FA가 나왔다. 내야수 김재호와 이원석, 그리고 투수 이현승이었다. 이 중에 김재호와 이현승을 각각 50억원-27억원에 잡았다. 하지만 이원석은 삼성으로 보냈다. 2016년에는 오재원을 4년-38억원(옵션 4억원 포함)에 잡았다.
그나마 두산이 통 크게 지갑을 열었던 건 2015년이 유일하다. FA 투수 장원준을 영입하며 84억원을 지출한 것. 이것이 두산의 역대 지출 최고액이다. 하지만 그 전년도인 2014년에는 3명의 내부 FA(최준석 이종욱 손시헌)를 모두 잡지 않았다. 세 명을 모두 잡으려 했다간 100억원 이상의 지출이 필요했던 상황. 이 금액을 아껴 다음 년도 장원준 영입에 투자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두산은 자금 동원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물론 그럼에도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팀 컬러를 앞세워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산 팬들의 상실감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구단 스토브리그 전략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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