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프로 생활을 경험하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배려가 결과를 만들어 낸다.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지난 30일 홈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대전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 중심에 어도라 어나이(23)가 있었다. 어나이는 19득점으로 양팀 합쳐 최다 득점을 올렸다. 그만큼 어나이는 IBK 공격의 중심에 있다. 김희진, 김수지 등 국내 선수들이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지만, 어나이는 올 시즌 596득점으로 리그 전체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2위 베레니카 톰시아(흥국생명·470득점) 보다도 훨씬 많다. 또 시즌 팀내 공격 점유율이 무려 43.96%나 된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공격을 주로 맡기 때문에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어나이는 그중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미국 하와이 출신에 1996년생인 어나이는 대학을 졸업한 후 곧장 한국에 건너왔다. V리그가 자신의 첫 프로 무대다. 많이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고, 그 결과는 현재까지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낯선 나라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는터라 종종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다. IBK 이정철 감독도 "사실 쉽지는 않다. 그동안 여러 외국인 선수가 거쳐갔지만 그중에서도 어나이는 대하기 힘든 편이다. 의욕이 없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그때는 내가 강성으로 부딪힐 게 아니라 감정이나 특성을 이해하면서 다가가려고 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지내다보면 외로움이나 힘든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충분한 휴식을 주고 있다. 사실 우리팀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훈련을 할 때 한번씩 열외가 있다는 자체가 IBK 감독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정철 감독이 어나이가 조금 더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계기는 동료들이 만들어줬다. 주장 김수지는 "어나이가 공을 많이 때리는 편 아닌가. 다른 선수들도 물론 피곤하지만, 어나이가 그보다 더 피곤한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쉬면서 조절을 해야 다음 경기에 힘을 낼 수 있다"며 공감했다.
미국에서는 떨어져살던 가족들도 모두 한 집에 모여 북적북적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낸다. 어나이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더 울적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생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괜찮다"면서 "감독님이나 선수들 모두 적응하게끔 많이 도와주고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는 우승이라는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하겠다"며 당차게 각오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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