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KT 위즈의 강백호도 '이도류'는 하지 않기로 했다.
KT 이강철 감독이 강백호의 투수 가능성을 시험했지만 부상 위험으로 인해 포기하기로 했다.
강백호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계속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으로 투수 시험을 봤다.
이날 피칭이 좋다면 본격적으로 구원 투수로도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돼 투-타 겸업을 하게 되는 것.
총 20개의 공을 뿌린 강백호를 지켜본 이 감독은 구위는 높게 평가했지만 상체 위주로 던지는 투구폼 때문에 부상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투수보다 타자에만 전념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이도류'는 김성한 전 KIA 감독이었다. KBO리그 원년인 1928년 유일한 4할타자 백인천(0.412)과 맞먹는 앞으로는 나오기 힘든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오리궁뎅이 타법'으로 유명해 대부분 타자로 잘 알고 있는 김 전 감독은 원년엔 투수로도 활약했었다. 진짜 투-타 겸업 선수였다.
당시 타자로 타율 3할5리, 13홈런 69타점을 기록해 초대 타점왕에 오른 김 전 감독은 투수 기록도 10승(5패) 평균자책점 2.89로 좋았다. 당시 다승 7위, 평균자책점 6위를 기록했다. 김 전 감독은 1986년까지 투수와 타자 겸업을 했다.
이후 여러 선수가 투수와 타자를 한꺼번에 하기도 했지만 잠시 일시적인 일이었다.
최근엔 NC 나성범이 포스트시즌에서 투수로 나왔다. NC 입단 전 연세대에서 에이스 투수에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나성범이었지만 NC에 들어가면서 타자로만 전념하기로 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을 NC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생각을 했고, 매일 경기에 나오는 타자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의 타격 재능을 제대로 읽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성범은 9회에 투수로 나왔다. 김경문 감독이 당시 나성범을 플레이오프에 기용할 수도 있다며 나성범에게 투수 준비를 시켰고, 마지막 경기에 내보냈던 것. 당시 오재원을 상대로 147㎞의 빠른 공을 뿌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후 나성범은 다시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KBO리그나 미국, 일본에서도 투-타 겸업은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선 가끔 경기가 크게 기울어졌을 때 타자가 투수로 나오는 이벤트가 있었고,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자로도 나오는 제도로 인해 투수가 타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투수와 타자를 함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서도 투-타 겸업을 하며 '이도류' 열풍을 일으키자 한국에서도 다시 '이도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강백호가 입단할 때도 그랬고, 올해 두산의 신인 김대한에게도 이도류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학교에서 에이스와 4번타자로 활약한 선수에게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는 한쪽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김대한은 본인이 타자로만 하는 것을 원했고, 구단은 투수를 원해지만 선수 본인의 의사를 따라 타자로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올스타전서 강속구를 뿌렸던 강백호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타자 전념으로 결론이 났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온 어린 선수에게 투수와 타자의 스트레스를 모두 주는 것 자체가 선수가 감당하기 힘든 작업일 수 있다. 체력이 버티기도 힘들다.
최근 한국에서 투-타 겸업한 사례가 없어 성공 모델이 없는 점도 함부로 이도류를 시도하기 쉽지 않은 점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투수가 키워야할 근육과 타자가 키워야할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근육을 키워야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이도류를 할 야구 천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투-타 겸업 선수를 꼭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선수가 나온다면 KBO리그의 흥행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