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적응은 순조로워보인다.
스프링캠프에서 새 공인구를 접한 10개 구단 선수들의 반응은 대부분 일치한다. 지난 시즌까지 사용했던 공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직접 공을 손으로 만지며 감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투수들보다는, 반발력 감소를 우려했던 타자들 쪽이 좀 더 긍정적이다. 여러 타자들은 바뀐 공인구에 대해 "특별한 차이를 모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훈련 동안 실시하는 시뮬레이션 배팅이나 연습경기에서도 타구의 속도, 각도 모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KBO가 내놓은 올 시즌 공인구는 기존보다 둘레는 1㎜, 무게는 1g이 늘었고, 반발계수는 기존 0.4134~0.4374에서 0.4034~0.4234로 낮아졌다. 여기에 실밥의 높이는 낮아지고 폭은 넓어졌다. 타구 비거리가 3m 정도 감소하고, 전체 홈런 수도 8~9%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까지 스프링캠프에서 타자들의 목소리는 이런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름이 전개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볼 만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만한 시기가 아니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지 이제 보름 가량. 구단 일정보다 먼저 현지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도 있지만, 새 공인구를 체감한 것은 이보다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위력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컨디션은 60~70% 수준이기에 실전에서 타자들이 체감해야 할 구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부 팀들은 내주부터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하는 일본 프로야구(NPB) 구단들과 평가전에서 새 공인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팀 투수들 역시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평가전에 '진짜 공'을 던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결과를 공인구 변화 차이가 없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공을 치는 타자들과 달리, 던져야 하는 투수 쪽에서 적응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수들이 새 공에 적응이 완료된 시점에선 타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지금보다 현격히 커질 수도 있다. 진정한 차이는 실전이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