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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셔틀콕 여왕' 방수현, 한국단식 최초 'BWF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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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드민턴이 단식 종목에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주인공은 '원조 셔틀콕의 여왕' 방수현(47)이다.

27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최근 BWF로부터 방수현이 BWF 이사회 심의 결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릴 대상자로 확정됐다는 레터(통지문)를 받았다.

BWF는 통지문에서 '오는 5월 23일 중국 난닝에서 열리는 BWF 연례 대의원 만찬회에서 시상식을 개최하고 방수현에게 '명예의 전당' 헌액을 시상할 예정'이라며 방수현이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난닝에서는 오는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2019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보통 세계선수권 대회 기간에 맞춰 전 세계 배드민턴협회 대표자, 이사들이 참석하는 BWF 대의원 총회가 열린다.

BWF가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선정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적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데 7년 만에 방수현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 배드민턴으로서도 쾌거다. 단식 선수 출신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방수현이 처음이다. 한국은 그동안 총 8명의 레전드를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배출했는데 모두 복식 전문 출신들이었다.

1997년 처음 시작된 '명예의 전당' 헌액은 총 12회에 걸쳐 영광의 주인공을 선정해왔다. 이들 모두 세계 배드민턴계에서 현역 시절 놀라운 성적과 공로를 보여 준 인물들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1년 '배드민턴의 전설' 박주봉(55·일본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2002년 김문수(56·성남시청 감독), 2003년 정명희(55·화순군청 감독)-정소영(52), 2009년 김동문(44·원광대 교수)-라경민(43·전 대표팀 코치)-길영아(49·삼성전기 감독), 2012년 하태권(44·요넥스코리아 감독)이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명예의 전당'은 배드민턴 종목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는 최고 명예의 상으로 은퇴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선수 시절 우수한 성적은 물론 은퇴 후 배드민턴을 통한 기여도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BWF 이사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적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몇년을 건너뛰기도 한다.



방수현은 지금의 부모 세대 국민들에겐 박주봉과 함께 살아있는 셔틀콕의 전설로 기억되는 대표적인 배드민턴 스타다. 배드민턴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자단식 은메달,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수잔 수산티(인도네시아)와의 라이벌 대결은 지금도 추억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좀처럼 수산티의 벽을 넘지 못했던 방수현은 바르셀로나올림픽 결승에서 수산티에 또 밀렸지만 4년 뒤 애틀랜타에서 준결승때 수산티를 또 만나 완승으로 설욕하면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방수현-수산티에 이어 예자오잉(중국)을 포함한 3명은 당시 '여자단식 3대 천왕'이었다. 수산티는 2004년, 예자오잉은 2009년에 각각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애틀랜타올림픽 직후 재미교포 의사 신헌균씨(50)와 결혼한 방수현은 2003년까지 코치 겸 선수로 뛰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남편, 두 자녀(1남1녀)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미국 생활에서도 배드민턴에 대한 애정은 놓지 않았다. 팬아메리카(팬암) 주니어배드민턴팀과 미국 메리마운트스쿨 배드민턴클럽에서 코치로 활동했고 2005∼2009년 BWF 이사를 역임했다. 요즘에는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있을 때 한국을 오가며 MBC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한편 방수현이 은퇴 시기에 비해 뒤늦게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BWF 특유의 선정 방식 때문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올림픽, 세계선수권, 전영오픈 등 메이저대회 성적 포인트가 우선시된다. 단식에 비해 선수 수명이 길고 협력 플레이를 하는 복식 선수들이 포인트를 쌓는데 유리하다. 게다가 한국은 복식 강국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다른 복식 선수들과 달리 방수현은 막강 라이벌이 많았던 시절 여자단식에서 힘겨운 경쟁을 하다가 애틀랜타올림픽에 가서 결실을 맺었다"며 "은퇴 이후에도 배드민턴인으로서 모범적인 사회활동을 한 점에서도 호평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