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발은 느리다'는 것은 야구계 속설이다.
큰 덩치와 강한 하체로 장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스피드 면에선 야수 중 가장 떨어진다는 것. 사실 포수에게까지 스피드를 요구하는 지도자가 드물고, 행여 빠른 포수가 있어도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시키는 풍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포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반 로드리게스나, KBO리그 박경완(현 SK 와이번즈 배터리 코치)처럼 20-20(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한 '호타준족형 포수'도 팬들을 즐겁게 한 바 있다.
시범경기서 드러난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의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베탄코트는 메이저리그 시절 주포지션이 포수였던 선수. 양의지가 버티고 있는 NC에서는 지명타자나 1루수, 외야수 활용이 점쳐지고 있지만, NC 이동욱 감독은 상황에 따라 베탄코트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울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 바 있다.
12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펼쳐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의 2득점은 모두 그의 발이 만들어냈다. 4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베탄코트는 양의지의 중전안타 때 3루까지 질주했고, 모창민의 좌익수 뜬공 때 태그업 해 홈을 밟았다. 6회초에도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양의지의 중전 안타때 3루를 돌아 홈까지 밟았다. 메이저리그 시절 익힌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즐기고 이를 활용한 외국인 선수는 그동안 많았지만, 베탄코트가 보여준 주루 능력은 단순한 '센스' 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동욱 감독은 "베탄코트는 원래 빠른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팀 합류 뒤 물어보니 메이저리그 시절 코칭스태프가 '포구에 집중하고 주루는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며 "(12일 경기 주루는) 타자 볼카운트 등 상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지만, 뛰어난 센스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13일의 베탄코트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하루 전 맡았던 1루 대신 좌익수로 나선 것. 나성범의 부상으로 빈 외야의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였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타석에선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롯데 불펜 투수 구승민을 상대로는 큼지막한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이동욱 감독을 웃음짓게 했다. 그는 이날 5대0으로 승리한 뒤 "베탄코트가 공격과 수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흡족해 했다. '공룡군단'의 새 식구에 대한 '팔방미인' 베탄코트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해=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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