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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여농 PO 무너진 판정기준, 왜 2000년대 KBL이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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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봄 농구는 절정의 시기다. 마지막 한 팀만 거머쥘 수 있는 챔피언을 자리를 놓고 건곤일척을 벌인다.

플레이오프 무대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불청객'이 나온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없다.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는 흥미진진하다. 1차전 우리은행 승리, 2차전은 삼성생명이 가져갔다. 그런데, 판정 문제가 보인다. 여자프로농구 관계자들 대부분이 갸우뚱 거리는 핵심 요소. '판정 기준'이다.

'판정 기준이 도저히 종잡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기자가 보기에도 마찬가지다.

판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국영수'같은 과목이 '판정기준'이다. 그런데 흔들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무너졌다'. 승부처에서 휘슬이 요동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차전 11개의 장면을 추렸다. WKBL에 문의했다. 답변이 왔다. 9개의 장면이 답변이 왔다.(박찬숙 본부장과 카톡으로 주고 받으면서 기술적 오류가 생겼다.WKBL이 의도적으로 2개 장면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 장면을 소개한다.



▶무너진 판정 기준

2차전, 오심이나 오심성으로 의심스러운 장면을 추렸다. 모두 9개 장면이 나왔다.<표 참조>

WKBL 박찬숙 본부장을 통해 의뢰를 했다. 결과는 모두 정심이었다.

일단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WKBL은 하나의 '오심'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플레이오프 2차전 판정은 거의 '무결점'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심판 수준이 높은 NBA에서도 경기 당 평균 10~15개 정도의 오심이 나온다. KBL도 마찬가지다.

일단 2쿼터 4분28초를 남기고 나온 임영희의 파울, 3쿼터 7분5초를 남기고 나온 김한별의 파울은 예측 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리플레이 장면이 그대로 나온다. 자세히 보면 임영희는 이주연의 팔에 접촉하지 않았다. 김한별 역시 공을 먼저 긁어내는 장면이 생생하게 잡힌다. 이건 어떤 각도로 봐도 마찬가지다.(WKBL은 판정에 필요한 자체적 카메라를 코트에 심지 않는다. 즉, 다른 각도의 장면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판들도 좋은 각도에서 관찰했다. 백 번 양보해서, 순간적 장면이라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디오 분석 이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판정 기준이다. 각각 장면만 놓고 보면 심판 재량에 따라서 파울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표 1, 4, 5, 6, 7, 8, 9가 모두 그런 장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판정 기준이 제각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2쿼터 5분9초를 남기고 김소니아의 스틸 장면을 보자. 경미한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접촉을 파울로 불면, 경기를 할 수가 없다. 2차전에서 몸싸움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상황. 손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 수준의 몸싸움을 불면, 모든 장면에서 반칙을 불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두번째, 6쿼터 6분23초를 남기고 박하나의 돌파 시 빌링스가 공간을 허용하지 않은 장면이 나온다. 박하나는 쓰러진다. 휘슬이 불리지 않는다. 또, 빌링스 돌파 시 박하나와 한쪽 다리가 접촉됐는데, 그냥 넘어가는 장면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생명 하킨스의 2개의 파울(3쿼터 2분54초 남기고. 4쿼터 5분19초 남기고) 역시 불지 말아야 한다. 하킨스의 당시 동작을 가만히 보면, 손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실린더를 침범했다고 불린 파울이었다. 결국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하킨스는 박하나의 5반칙 퇴장 때, 오해로 인해 불만이 터지며 테크니컬 파울.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병살타'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즉, 백번 양보해서 각각의 파울은 불려질 수도 있고, 오심일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조립해 보면, 판정의 기준이 제 멋대로다. 판정의 기본이 마구 흔들리고 있는 플레이오프다. 양팀 벤치와 선수들이 판정에서 대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자프로농구 PO 2차전 판정

쿼터 남은 시간=내용=WKBL 설명

1. 2쿼터 5분9초=김한별 포스트업, 김소니아 스틸 과정=왼손으로 김한별 왼팔 당긴 후 오른손으로 볼 스틸. 김한별 머리에도 접촉. 팔을 당겨놓고 볼 스틸은 이득을 본 것. 파울 정심.

2. 2쿼터 4분28초=이주연 골밑 돌파. 임영희 파울=레이업하는 이주연 오른팔을 친 것. 파울 정심

3. 3쿼터 7분5초=김정은 돌파 시 김한별 파울=볼만 긁어낸 게 아니고 손 먼저 치고 볼 긁어냄. 파울 정심

4. 3쿼터 5분26초=박하나 최은실 리바운드 다툼. 박하나 파울=박하나가 최은실 팔을 침. 파울 정심.

5. 3쿼터 2분54초=빌링스 포스트 업 공격 시 하킨스 파울=빌링스 포스트 공격 시 왼손으로 양쪽 팔꿈치 접촉. 파울 정심

6. 4쿼터 7분25초=배혜윤 포스트 업 시, 김정은 파울=김정은 볼 치려고 시도할 때 왼팔 내려 배혜윤 어깨 침. 파울 정심

7. 4쿼터 6분40초=빌링스 돌파 시 박하나 다리와 접촉. 노 파울=박하나 두 팔 들고 가만히 서 있는 상태. 노 파울 정심.

8. 4쿼터 6분23초=박하나 돌파 시, 빌링스와 접촉 후 쓰러짐 노 파울=빌링스 자기 실린더 내에서 수직으로 점프한 상태. 노 파울 정심.

9. 4쿼터 5분19초=빌링스 슈팅 시 하킨스 손들고 서 있음. 파울=빌링스 슈팅 시 오른손으로 빌링스 오른팔 접촉. 파울 정심

10.4쿼터 3분25초=김한별 돌파 시, 김정은의 파울. 왜 파울인가? =답변 못 받음.

11. 4쿼터 3분12초=김한별 슈팅 시, 김정은의 파울. 왜 파울인가?=답변 못 받음.

▶오버랩되는 2000년대 중반 KBL PO

박찬숙 본부장은 "판정 기준이 흔들리는 것은 이해한다. 심판들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 1차전 심판은 신동재 류상호 문석진. 대기심은 김민석이었다. 2차전은 신동재 류상호 김민석. 대기심은 문석진이었다. 김민석 심판은 올 시즌 최우수 심판상을 받았다. 나머지는 모두 심판 경력 15년 이상 되는 베테랑 심판들이다.

(신동재 심판은 삼성생명의 심판 설명회 결과 4라운드 징계를 받았다. '신동재 심판의 경우, 4라운드 징계를 받았는데, 어떻게 베스트 심판이 될 수 있었냐'고 묻자, 박찬숙 본부장은 "4라운드 징계로 인해 평점이 좀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점에서 베스트 4 안에는 든다. 그래서 심판 배정을 했다"고 말했다. 원칙 상 신 심판이 1, 2차전을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껄끄러운 관계가 있는 심판이 1, 2차전을 모두 들어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운영의 묘가 부족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심판들의 경기 진행 흐름을 보면 묘한 오버랩이 된다.

KBL은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판정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밀어주기'에 대한 짙은 의심이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승부처 결정적 장면에서 심판의 휘슬이 개입, 승부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 장면이 2001~2002시즌 플레이오프 4강 4차전 KCC와 SK의 경기였다. 당시 2승1패로 KCC가 앞선 상황에서 4쿼터 막판 양희승의 3점슛을 다리를 벌렸다는 이유로 공격자 파울을 불었다. 결국 KCC가 패했고, 5차전에서 SK가 승리, 챔프전에 올랐다. 이 밖에도 수많은 예들이 있다. 당시 판정 양상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관된 판정 기준은 없다 ▶승부처에서 휘슬로 흐름을 끊어 버린다 ▶주요 선수들의 파울을 쌓는다 ▶이후, 보상 판정을 내린다. 핵심적으로 4가지 요소였다.

결국 심판진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당연히 심판진은 여기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겠지만, 농구 관계자 대부분은 '심판진들이 자신의 영역 확보하거나, 고위층의 지시에 의해 PO경기를 좀 더 많이 하기 위해 하는 단계'라고 했다. 승부처마다 사건이 터지자,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2010년 이후부터 경기 초반 주요 선수들에게 파울을 부는 '새로운 형태'의 편파판정 양상이 나왔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자. 일단 일관된 판정 기준이 없었다. 특정 팀이 앞서가거나, 추격 할만 하면 파울 콜이 등장했다. 주요 선수들의 파울이 쌓였다.(하킨스는 4쿼터에만 파울이 4개였다) 박하나와 하킨스가 동시 퇴장을 당한 뒤, 김정은에게 2개의 파울을 지적했다. 당시 리플레이를 보면, 그냥 놔둬도 무방했다. 보상성이 짙었다. 이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를 수 있었다. 몸싸움을 적극 허용, 콜 자체가 인색해졌다. 딱, 2000년대 초반 KBL 플레이오프 때의 휘슬 양상이다. 당시 신동재 심판이 KBL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정말 WKBL 심판진은 '판정의 기준'을 세울 능력이 없어서 이같은 혼란함을 만든 걸까. 판단은 WKBL 이병완 총재 및 고위 수뇌부의 몫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