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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박미희 감독 "여성 감독의 책임감, 지키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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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었다"

12년만의 통합우승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짜릿한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한 흥국생명은 정규리그에 이어 챔프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은 2006~2007시즌 이후 12년만이다.

지난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에도 챔프전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해 통합 우승을 일구지 못했던 박미희 감독은 지난해 꼴찌에 이어 올해 통합 우승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이로써 박 감독은 한국 프로스포츠 여성 감독 최초로 통합 우승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다음은 우승 후 박미희 감독과의 인터뷰.

-눈물을 보였는데.

▶지난해 많이 힘들었었다. 그런 것들도 많이 생각이 났다. 연패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생각났다. 중요한 경기마다 선수들이 보여줬던 모습들은 많이 칭찬해주려고 한다.

-여성 감독의 첫 통합 우승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2년전에 정규 우승을 할 때, 어떤 매체에서 '그녀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는 좋은 멘트를 써주셨다. 현장에서 계속 있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만약 작년 같은 성적으로 떠나게 된다면, 제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었다.

-MVP 이재영에 대한 칭찬을 해준다면.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이재영은 잘할 때도 많이 칭찬 안하는 인색한 편이다. 왜냐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칭찬을 해주고, 이재영에 대해서 잘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로는 칭찬해주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걸 저 나름대로는 절제를 하는 편이다. 왜냐면 이재영이 아직 어리고, 올해 너무 잘했지만 또 본인 나름대로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겨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은 칭찬해주려고 한다.

-선수때 우승과 비교하자면.

▶선수 때는 여러번 할 수도 있지않나. 비교가 안되는 것 같다.(웃음)

-2차전 패배 이후 분위기가 넘어갔다는 위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경기 끝나고 도로공사 선수들과도 포옹하고 고생했다고 격려를 했는데, 아시다시피 그녀들은 정말 세다.(웃음) 쉽지 않은데 올해 또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오면서 힘을 빼고 왔다. 그게 정규리그를 우승하려고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그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2차전에서도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분위기만 조금 더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이번에 김천에 내려갈 때도 인천 가고 싶지 않다는 말씀 드렸지만, 여기서도 (세트스코어)1-1 정도만 하면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강했다. 도로공사는 워낙 좋은 팀이다.

-오늘 이재영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돋보였다.

▶그렇다. 3차전에서 이재영이 너무 많이 뛰었다. 오늘도 똑같이 할 수 있을거라 생각 못했다. 그래도 그와중에 중요한 순간에 이재영이 해줬다. 톰시아도 잘할거라고 생각했다. 대화도 많이 나왔다.

-어느 순간 우승을 예감했나.

▶3세트(31-29) 이기고 나서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년전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챔프전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때의 강박관념이 남아있나.

▶다음에 그 상황이 돼도 압박감은 똑같을 것 같다.

-여성 감독 보다는 똑같은 지도자로 봐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책임감이 많았던 것 같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사실은 크다. 사실 제가 어깨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 내가 아니어도 누구는 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후배들의 길을 최소한 막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제게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제가 할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제(26일) 경기를 보고 최태웅 감독이 너무 부러웠다.

-긴 시즌이 끝났는데 어떻게 쉴 생각인지.

▶가장 좋은 것은 경기 준비를 안해도 된다는 사실이다.(웃음) 그게 가장 좋고, 그동안 집에 거의 못갔는데 이틀만 집에 있고싶다.

-가족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집과 용인체육관이 거리가 있어서 1년 정도는 출퇴근을 하다가 못하겠어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지금은 시즌때는 거의 못갔는데, 가족들이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할 일을 나눠서 잘해주고 있다. 그래서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김천=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