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난해 '빚투'의 시작을 알린 래퍼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가 채무 논란 5개월 만에 귀국, 경찰조사를 받는다.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부모인 신 모씨와 그의 아내는 8일 오후 뉴질랜드 오클랜드발 대한항공편으로 자진 귀국했다. 두 사람은 인천국제공항 입국 직후 체포돼 충북 제천경찰서로 압송됐다. 신씨는 '피해자들에게 하실 말씀 없냐'는 질문에 "죄송하다. IMF가 터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신씨와 그의 아내는 1997년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던 중 친인척과 지인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하다 축협에서 수억 원을 대출하며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고, 또 다른 지인들에게도 돈을 빌리는 식으로 거액을 편취한 뒤 1998년 잠적했다. 피해액은 당시 원금 기준 6억 원 상당. 현 시세로 따지면 수십억 원에 달한다.
당시 10여 명의 주민들이 신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들이 뉴질랜드로 출국하며 기소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마이크로닷과 그의 부모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풍족한 뉴질랜드 생활을 공개하는 등 이슈가 거듭되며 논란이 불거졌고, 4명이 추가로 고소장을 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지자 마이크로닷과 산체스는 "사실무근"이라며 강력대응했으나, 결국 부모의 과거 범죄행각이 사실로 드러나고 경찰의 전면 재수사가 시작되자 "아들로서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씨 부부 또한 귀국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곧바로 신씨 부부가 3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처분하고 잠적했다는 야반도주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 공조요청을 했다.
수사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신씨 부부는 피해자 일부와 합의에 나섰다. 그러나 마이크로닷 측이 제시한 합의 조건은 20년 전 발생한 채무에 대한 원금 일부 변제였기 때문에 또 한번 논란이 야기됐다. 또 거액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아무 연락을 하지 않고, 소액 사기 위주로 합의를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도 비난 여론이 일었다. 피해자들에 대한 일말의 사과조차 없이 '이것밖에 없다'는 식의 뻔뻔한 합의를 한 것도 물론 문제이고, 성의 없는 합의를 통해 마이크로닷과 산체스의 국내 활동 재개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빚투' 논란 5개월 여만에 드디어 신씨 부부는 한국땅을 밟았다.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9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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