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각 구단 라인업의 최대 화두는 2번타자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시범경기서 2번 타자로 출전하면서 '강한 2번론'이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 시즌 30~40개의 홈런을 때리는 3할 타자를 2번에 놓기엔 희생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2번 타자로 나서지 않았다. 3번 타순에서 45타수, 4번 타순에서 8타수를 각각 소화했다. 박병호가 편하게 생각하는 타순, 팀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타순은 적어도 2번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도 강한 2번론을 잠시 시도했다. 나성범이 올시즌 두 차례 2번타자로 출전했다. 부상에서 복귀해 처음 출전한 지난 4일 키움 히어로즈전, 그리고 지난 16일 LG 트윈스와의 홈게임에 2번 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성적은 8타수 2안타 2타점. 키움전 첫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친 게 인상적이었지만, 나성범에게는 낯선 자리였는지 LG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이 감독은 나성범의 2번 타순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17일 창원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은 "(박)민우와 성범이를 붙이고 싶은데 오늘은 본인이 편하게 칠 수 있는 3번으로 배치했다"면서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고 했다. 이날 NC는 1번 박민우, 2번 권회동, 3번 나성범으로 상위타선을 꾸렸다.
2번과 3번 타순은 준비과정에서 큰 차이가 난다. 1회 공격 시 2번 타자는 1번 타자와 함께 바로 타격 준비를 해야 한다. 3번 타자는 2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대기 타석에 들어선다. 타이밍 상으로도 한 템포 빠른 준비가 필요한 게 2번 타자다. '루틴'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나성범은 이에 관해 "아까 훈련할 때 감독님과 얘기를 했는데, 2번이 익숙치 않은 건 사실이다. 3번은 수비를 한 다음 (1회말)공격을 할 때 여유가 있지만, 2번은 그렇지 않다"며 "타격 준비 과정의 루틴이 다르다. 어제도 2번 타자인 걸 깜빡 잊고 있다가 전광판 타순을 보고 (대기타석으로)나갔다. 나만의 리듬이 있는데 그게 안되니까 은근히 신경이 쓰이더라"고 했다. 급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타격 리듬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나성범은 수비 위치도 올시즌 중견수로 바뀌었다. 외야수 김성욱의 부상 이탈 때문이다. 이 감독은 "지금 현재로선 외야수가 모자란다. 성범이가 중견수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면서 외야 포지션에 변화를 주기가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견수는 나성범의 원래 포지션이지만, 지난해까지 주로 우익수를 봤기 때문에 조금은 낯선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나성범의 중견수 수비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나성범은 "갑자기 성욱이가 다쳐서 나가고 있는데, 처음에는 바빴다. 양쪽을 다 신경써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익숙하다"며 "나에게는 플러스다. 나의 장점을 높이고 두 곳 포지션을 다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고 평가했다. 2번 타순은 익숙치 않지만, 중견수 수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창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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