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과 수원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1부 리그) 슈퍼매치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홈팀 수원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53분. 서울이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주장' 고요한(31)이 상대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벤치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마음속 '1순위'는 윤주태(29)였다. 윤주태는 서울 내에서도 페널티킥을 '잘' 차기로 유명하다. 간결한 슈팅에 대담함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최 감독이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베테랑' 박주영(34)이 마음이 걸렸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렇다. 박주영은 불과 10분 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 노동건(28)의 선방에 막혀 고개를 숙였다. 최 감독 입장에서 박주영에게 두 번 기회를 주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5초 만에 마음을 바꾸었다. 박주영에게 다시 한 번 키커 역할을 맡겼다. 속뜻이 있었다. 박주영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베테랑의 자존심을 살려주려는 것이었다.
박주영 역시 벤치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는 슈팅 전 윤주태와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더니 벤치를 힐끔 쳐다봤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슛을 날렸다.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히어로' 박주영은 곧장 최 감독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최 감독과 박주영의 뜨거운 포옹. 그 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지난 4월 17일이었다. 서울은 강원과 KEB하나은행 FA컵 원정경기를 치렀다. 서울은 경기가 2-2로 팽팽하던 후반 21분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다. 키커는 '주포' 페시치(27)였다. 하지만 벤치에서 지켜보는 최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연은 이랬다.당시 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페시치가 아닌 다른 선수를 키커로 지명했다. 하지만 페시치가 고집을 부렸다. 본인이 꼭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페시치는 고집을 부리며 페널티킥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축이었다. 팀은 2대3으로 패했다.
경기 뒤 최 감독은 불같이 화를 냈다. "팀은 생각 안해?" 단순히 실축 때문이 아니었다. 팀과의 약속, 원칙을 어기며 자신의 뜻만 내세운 부분에 호통을 친 것이었다. 최 감독은 선수단에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할 경우 무거운 벌금을 내리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른바 '페시치 사건' 뒤 발생한 페널티킥 기회. 최 감독과 박주영 모두에게 길고 길었던 5초의 시간. 확고한 뜻을 내비쳤던 최 감독과 믿음에 부응한 박주영은 마음의 짐을 덜고 활짝 웃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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