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노병은 죽지 않는다.'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고성현(32)-신백철(30·이상 김천시청)이 후배들을 부끄럽게 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지 3년째지만 호주오픈에서 정상 등극의 쾌거를 달성했다. 현역 국가대표들이 고전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성현-신백철은 9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올림픽파크 퀘이센트에서 열린 2019 호주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결승서 일본의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케이고를 2대0(21-11, 21-17)으로 완파했다.
이들이 올해 국제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오사카인터내셔널챌린지에 이어 두 번째다. 오사카챌린지는 국가대표 2군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이고 이번 호주오픈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레벨 '슈퍼300'으로 등급은 낮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어 각국 에이스들이 출동했다.
고성현-신백철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대표팀 세대교체 과정에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이후 김천시청 소속으로 국내서는 실업팀 선수로, 국제 오픈대회서는 개인자격으로 꾸준히 출전해왔다. 고성현은 한때 이용대와 함께 복식조를 이룰 때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이용대-유연성이 새로운 콤비로 개편된 이후에는 사실상 '2인자'로 기억됐다.
하지만 이용대-유연성과 마찬가지로 도쿄올림픽 출전의 꿈을 안고 올림픽 랭킹 포인트 레이스에 도전하는 중이다. 이번 호주오픈 출전도 그 일환이다. 세계랭킹 34위의 반란이었다.
전날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리준휘-류유첸(중국)을 2대1로 꺾은 데 이어 이날 결승서 물리친 일본조는 세계 2위의 강호였다.
특히 결승전은 대리 복수전이어서 더 짜릿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4강까지 오른 현역의 간판 최솔규-서승재가 가무라-소노다에게 아쉽게 1대2로 역전패했었다.
고성현-신백철은 후배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다. 1세트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은 둘은 12-6까지 달아나며 초반 승기를 잡은 뒤 무려 10점차(19-9)까지 달아나며 가볍게 출발했다. 기세는 2세트서도 이어졌다. 세트 초반 접전을 펼치는 듯 했지만 한 번 잡은 리드를 놓지 않았고, 상대가 쫓아오면 달아나는 노련미를 유지하면서 완승을 마무리했다.
고성현-신백철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 2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수 중 최상위다. 이들의 우승은 또다른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같은 처지인 이용대(31·요넥스)는 유연성(33·수원시청)과 재결합한 지 1개월도 안돼 이번 대회 32강에 그쳤지만 앞으로 고성현-신백철과 경쟁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대가 종전 김기정(삼성전기)과 조를 이뤘을 때 고성현-신백철보다 상위 랭커였다.
현역 양대 에이스인 강민혁-김원호(이상 삼성전기), 최솔규-서승재에게는 '베테랑의 향기'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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