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가 전반기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외인 듀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의 활약 덕분이다.
LG 전력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은 어느 팀 원투 펀치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는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 초부터 "용병 둘이 너무 잘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반기 막바지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 우려를 샀던 것 또한 사실이다.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돌던 6월 중순부터 둘은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윌슨은 지난 6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경기서 6이닝 4실점으로 승리를 따내긴 했으나, 7경기 연속 이어가던 퀄리티스타트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그 다음 등판인 6월 25일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11안타를 얻어맞고 6실점하더니,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5회에만 4사구 4개를 비롯해 4안타를 맞고 자신의 한 이닝 최다인 6점을 허용했다.
켈리도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던 그는 6월 14일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⅓이닝 동안 12안타를 맞고 7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투구수 80개를 넘어가던 6회 4안타를 집중적으로 내주고 수비 실책까지 겹쳐 3점을 추가로 허용하며 무너졌다. 6월 26일 SK전에서는 5이닝 8안타 6실점으로 패전을 안더니 지난 9일 두산전에서는 4⅔이닝 9안타 8실점으로 부진했다. 2-1로 앞선 5회초 1사 1,2루서 박건우의 땅볼을 잡은 유격수 오지환이 2루로 악송구해 만루에 몰린 켈리는 5안타를 맞고 해당 이닝에서만 7실점했다. 오지환 실책이 뼈아팠지만, 이후 막지 못한 건 켈리의 책임이었다.
한 경기 잘 던지면 다음 경기를 망치는 '퐁당퐁당' 행보를 이어가던 두 투수는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등판서 약속이나 한 듯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투수가 됐다. 각각 13일과 14일 잠실에서 삼성을 상대했다. 윌슨은 7이닝 6안타 2실점(1자책점), 켈리는 8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에이스의 면모를 다시 보여줬다. 승률 5할에서 '+9'까지 몰렸던 LG는 원투 펀치의 활약을 내세워 위닝시리즈를 달성, '+11'로 마진을 다시 높였다.
두 선수의 장점은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제구력이다. 특히 홈플레이트에서 변화가 심한 투심과 낙차 큰 커브를 활용한 볼배합이 타자들을 압도해 왔다. 최근 부진했던 건 상대의 노려치기에 당한 때문인데,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제구가 높았던 게 원인이었다고 LG는 진단한다. 그러나 삼성을 상대로는 볼배합과 제구력을 되찾으면서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윌슨은 9승5패에 평균자책점 2.55, 켈리는 9승9패 평균자책점 2.77을 전반기를 마쳤다. 둘은 다승 공동 5위이고, 평균자책점 부문서는 윌슨이 3위, 켈리가 6위에 올라 있다. 투구이닝은 윌슨이 130⅔이닝으로 1위, 켈리가 123⅓이닝으로 4위다. 퀄리티스타트는 똑같이 16번을 해 공동 1위. 모든 지표가 최강 원투 펀치임을 가리키고 있다.
전반기 막판 '유종의 미'를 거둔 둘은 후반기에도 원투 펀치로 나서야 한다.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는 지난해보다 3일이 긴 1주일이다. 휴식 시간은 충분하다. 윌슨은 오는 20일 창원서 열린 올스타전에 나눔올스타 선발투수로 나서는데, 후반 첫 경기인 26일 KT 위즈와의 원정경기까지는 5일을 쉴 수 있다. 켈리는 열흘 이상 휴식 기간을 갖는다. 두 선수 모두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됐다는 우려를 낳은 만큼 적절한 시점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