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18~2019시즌 손흥민(27·토트넘)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아시안컵을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20골을 폭발시켰다. 리그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12골)에 성공했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강전 원맨쇼를 포함해 4골을 넣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박지성(은퇴) 이후 두번째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았다. 아쉽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올해의 선수는 놓쳤지만, 토트넘 올해의 선수, 런던 올해의 선수상을 손에 넣으며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다시 달린다.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10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리는 리버풀과 노리치시티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토트넘은 11일 애스턴빌라와의 홈경기로 시즌을 시작한다. 다만 손흥민은 지난 시즌 본머스와의 37라운드에서 퇴장으로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올 시즌 1~2라운드에 나설 수 없다. 손흥민의 올 시즌 첫 공식경기는 26일 홈에서 펼쳐지는 뉴캐슬전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에게 2019~2020시즌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시즌까지 쉼없이 달려온 손흥민은 월드클래스 문턱까지 올라섰다. 올 시즌은 여전히 남아 있는 일말의 편견과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낼 수 있는 기회다. 올 시즌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다면, '빅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 입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손흥민은 유럽 진출 이래 입버릇처럼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에서 언젠가 뛰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시작은 '전설' 차범근 뛰어넘기다. 지난 몇년간 한국인 유럽 골기록을 모조리 새로 쓴 손흥민은 이제 마지막 기록만을 남겨두고 있다. 바로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갖고 있는 한국인 유럽 최다 골 기록(121골)이다.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며 116골을 넣은 손흥민은 차 전 감독의 기록에 5골차로 다가갔다. 지난 몇 년 간 보여준 페이스라면 올 시즌 무난히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모든 득점 기록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게 되는 손흥민은 명실공히 아시아 역대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손흥민은 그 어느때보다 충실히 올 시즌을 준비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빡빡한 스케줄을 보내며 혹사 논란을 낳았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78경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최장 거리(11만㎞)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여름마다 대표팀 일정으로 제대로 쉬지 못하던 손흥민은 6월11일 이란과의 친선경기(1대1 무)를 끝으로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후 토트넘 소속으로 온전히 프리시즌을 보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치른 5번의 경기에 모두 나서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였다.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에이스 다운 존재감을 보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이적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해리 케인, 델레 알리, 무사 시소코 등 기존 멤버에 탕귀 은돔벨레라는 특급 미드필더가 가세한만큼 2016~2017시즌 세운 개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21골)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 보다 대표팀 일정이 빡빡하지 않다는 점도 손흥민에게는 호재다.
손흥민은 프리시즌을 마치며 거창한 목표 대신 늘 그랬듯이 그 다운 목표를 전했다. "올 시즌도 부상없이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즐겁게 하겠다.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제가 웃는 모습을 보이고, 그 분들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내게는 큰 행복일 것 같다."
기성용은 뉴캐슬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낸다. 지난 시즌 18경기에 나선 기성용은 자신을 중용하던 라파 베니테스 감독이 다롄 이팡으로 떠나 한층 험난한 주전 경쟁을 치러야 한다. 프리시즌 6경기에서 단 한번 교체 출전하는데 그쳤다. 영국 언론 역시 기성용을 백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풍부한 EPL 경험을 바탕으로, 스티브 브루스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올 시즌 기성용의 과제다.
한편, 올 시즌 EPL은 역시 맨시티와 리버풀의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두 팀은 지난 시즌 역대급 우승경쟁을 펼쳤고, 결국 승점 1차로 맨시티(승점 98, 리버풀 97)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도 비슷할 전망이다. 4일 커뮤니티실드에 나선 맨시티와 리버풀은 클래스가 다른 경기력을 펼쳤다. 결과는 1대1, 승부차기 끝에 맨시티가 웃었다. 맨시티는 로드리, 앙헬리노, 주앙 칸셀루 등을 영입하며 얼마 없던 약점까지 메웠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핵심들을 모두 지키며 안정감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오히려 관심사는 나머지 2장의 UCL 티켓이 어디로 갈지 여부다. 토트넘, 첼시, 맨유, 아스널, 에버턴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5팀은 화려한 전력을 구축했지만, 그만큼 약점도 분명하다. 토트넘은 스쿼드의 두께가 여전히 아쉽고, 첼시는 에당 아자르의 이탈과 프랭크 램파드 신임 감독 변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올 여름에도 거액을 쓴 맨유는 여전히 2% 아쉬운 전력이고, 아스널은 수비쪽에 문제가 많다. '다크호스' 에버턴은 확실한 포워드의 부재가 걸림돌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