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롯데 자이언츠 불펜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탄탄했다.
'필승조' 오현택-구승민 듀오가 만든 그림이었다. 두 선수가 차례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매듭짓는 '필승 공식'이 있었다. 오현택은 72경기 64⅔이닝 동안 3승2패25홀드, 평균자책점 3.76, 구승민은 64경기 73⅔이닝 7승4패14홀드, 평균자책점 3.67을 찍었다. 전년 대비 40이닝 넘게 던지면서도 출격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던 두 선수의 희생이 있었기에 롯데는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던 오현택과 구승민은 결국 피로 누적을 극복하지 못한 채 지난 5월부터 차례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현택은 최근 1군 복귀 청신호를 켰다. 지난달 24일 NC 2군전에 이어 31일 상무전에서 각각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6월 말 이후 두 달 동안 재활군에 머물렀던 그는 두 달 만의 실전 등판에서 안정된 모습을 선보이면서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또다른 필승 요원이었던 구승민은 팔꿈치 후방 충돌 증세로 사실상 잔여 경기 등판이 무산되는 모양새다.
두 선수의 행보는 재활을 거쳐 올 시즌 중반에 합류한 박세웅-박진형이 걸었던 길을 떠올리게 한다. 2017시즌까지 선발, 불펜에서 맹활약했던 두 선수 모두 피로 누적을 이겨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박세웅은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이 도졌고, 박진형은 개막엔트리에 합류했으나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박세웅은 후반기에 복귀했지만 부진 끝에 시즌을 마쳤고, 시즌 종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박진형은 2군과 재활군을 오가면서 재활에 주력했다. 양상문 전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두 선수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았다. 박진형은 5월 말, 박세웅은 6월 말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올 시즌 롯데가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두 선수는 선발, 불펜에서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오현택, 구승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다. 롯데 공필성 감독 대행은 두 선수가 완벽하게 준비된 시점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시키지 않을 뜻을 내비쳐왔다.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군에 머물고 있는 구승민은 물론이고, 실전 점검 중인 오현택도 완벽한 제구와 자신감을 갖춘 시점에서 1군에 복귀시킨다는 구상이다. 당장의 승리보다는 새 시즌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겠다는 남은 시즌 선수단 운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오현택, 구승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급격한 이닝 증가의 피로감을 덤과 동시에 그동안 정체됐던 구위-제구를 재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순차적인 재활에서 드러나는 내용과 결과가 관건이지만, 지난 시즌 1군에서 결과물을 낸 활약상과 경험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을야구와 멀어진 롯데의 올 시즌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실패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오현택과 구승민의 상태와 부활 가능성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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