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주심이 괜찮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사실 결과가 나빴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투수를 살피러 올라갔는데 교체를 해야되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그것도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10회말에서였다.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11-9로 앞선 연장 10회말 두산 투수 이용찬이 이정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김태형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왔다. 주심을 향해 마운드에 올라가도 되냐는 신호를 냈다.
규칙상 투수를 바꾸지 않고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는 2번으로 제한돼 있다. 김 감독은 이용찬을 바꿀 마음이 없었다. 이용찬이 박병호, 샌즈와 만나야 하기에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 나선 것. 김 감독은 "상황을 보려고 올라갔다. 투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수원 주심이 기록실을 바라보더니 올라가도 된다는 제스처를 했다. 하지만 이내 두산 포수 박세혁이 김 감독에게 올라가지 말라는 사인을 냈다. 김 감독은 잠시 파울라인을 넘었다가 다시 파울바깥쪽으로 와서 주심에게 한번 더 묻는 듯했고, 최 주심은 다시 올라가도 된다는 사인을 했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 이용찬에게 한참 얘기를 한 뒤 덕아웃으로 향했다. 김 감독은 "용찬이 얼굴이 좋아서 그냥 두려고 했는데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강광회 심판이 말리려고 왔는데 내가 먼저 올라갔었다"라고 했다. 결국 투수를 배영수로 바꿨다. 김 감독은 "희한하게 상황이 만들어졌다. 배영수 얼굴이 좋더라. 밝게 자신있게 말을 하더라 함성 소리때문에 뭐라고 말했는지 못들었는데 자신있어 보였다"라면서 "초구 박병호에게 바깥쪽 공을 꽂는 것을 보고 이길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배영수는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은 뒤 샌즈의 타구를 자신이 직접 잡아 1루로 던져 아웃시키며 두산의 V6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프로 20년차 노장의 화려한 피날레였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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