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최선의 조건을 걷어차고 나간 선수를 1년 만에 다시 붙잡았다. 결과는 2년의 보장 계약이다.
'FA미아' 노경은(35)과 롯데 자이언츠 간의 계약
<스포츠조선 10월 27일 단독 보도>
에 뒷말이 무성하다. 6차례 협상 끝에 팀을 박차고 나가 아쉬움을 토로하던 선수를 다시 붙잡은 것도 모자라, 보장 계약을 안긴 부분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롯데의 사정이 그만큼 급박한 것도 있지만, 이번 계약이 KBO리그 전체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됐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계약 조건은 '절충'처럼 보인다. 롯데는 노경은과 2년 총액 1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옵션 4억원)에 사인했다. 올 초 노경은과 협상에서 2+1년 총액 23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3억원, 옵션 12억원)을 제시했던 것보단 크게 줄어든 금액. 연봉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으니 금액 면에선 롯데가 실리를 챙긴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협상 결렬 뒤 노경은이 외부를 통해 보장금액보다 큰 옵션 금액, 롯데의 협상 방식을 비난한 부분이나 1년의 공백 기간 등을 돌아보면 결국 롯데가 노경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데 그친 꼴이다.
계약을 전후해 롯데와 노경은이 보인 태도도 상반됐다. 롯데는 지난 1월 협상 결렬을 발표할 당시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신뢰가 깨졌으며, 향후 선수 계약 및 영입에 안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협상을 중단했다"고 했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합리적인 구단 운영 뿐만 아니라 타 팀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경은과의 계약 발표에선 '신뢰 재구축'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참 선수로 후배들을 잘 이끌고 모범이 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당장 내다볼 수 없는 활약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앞서 결렬된 협상에 대한 성찰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런 롯데의 태도에 노경은은 위세등등해 보인다. 보장액보다 큰 옵션과 롯데 구단의 협상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던 노경은도 협상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에 대한 사과 없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노경은은 지난달 초부터 지인들을 통해 롯데 관계자와의 만남 및 계약 사실을 언급하면서 복귀를 기정사실화 하기도 했다.
1년 만에 다시 노경은의 손을 잡은 롯데는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확실하지 못한 협상 전략 속에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던 롯데에겐 1년 만에 다시 계약을 안긴 노경은이 새 시즌 그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먹튀'로 전락한다면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전반기 종료 후 노경은을 원했던 팀들의 눈은 바뀐 지 오래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당시 포스트시즌행을 앞둔 팀에겐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노경은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전반기를 쉬었지만 1군에 합류해 후반기 마운드에 올랐다면 이전의 구위를 회복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결국 한 시즌을 통째로 쉰 노경은이 새 시즌 복귀한다고 해서 이전만큼의 공을 던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경은이 실제로 몸을 잘 만든다고 해도 적지 않은 나이 등을 고려하면, 2018시즌과 같은 활약을 펼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연봉 총액 1위팀'은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를 향한 비난에 항상 따라다닌 달갑잖은 꼬리표다. 고액 연봉 선수들의 저조한 활약 만을 꼬집는게 아니다. 수 년째 '변화'를 외쳤지만 전략 부재 속에 결국 선수들의 몸값만 높여준 롯데를 향한 비난의 의미가 더 컸다. 롯데는 또다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구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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