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얼마나 꿈꿔왔던 순간인데 기쁘지가 않네요" 뿌듯한 표정으로 트로피를 만지던 KIA 타이거즈 박찬호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박찬호는 25일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KBO 시상식에서 도루상을 수상했다. 정규 시즌에서 39개의 도루를 기록한 박찬호는 해당 부문 2위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33개)을 6개 차이로 제치고 수상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갖게 된 개인 타이틀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김민호 코치 때문이다. 김민호 코치의 아들인 한화 이글스 故 김성훈이 이날 광주 영락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검정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차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행사에 앞서 참가자 전원이 묵념을 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마냥 밝게 웃지 못했던 이유다.
특히 박찬호의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컸다. 김민호 코치에게 직접 수비 지도를 받으며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혼난 적도 많았고, 칭찬도 많이 들었다. 김민호 코치는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을 정말 '아들처럼' 대했다.
박찬호는 수상 이후 "김민호 코치님이 항상 우리에게 '너희들은 내 자식들'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저희도 코치님을 정말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장례식장에 갔었는데 코치님을 뵙고 정말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어떤 말도 드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드려야할지 몰랐다"면서 "정말 받고싶었던 상이다. 시즌 중반에는 도루왕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기대도 컸다. 그런데 막상 상을 받아도 기쁘지가 않다.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박찬호는 "앞으로 코치님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심이 묻어나는 한마디였다.
삼성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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