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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단답vs여유+농담…김도훈-김기동 뚜렷한 감정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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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미디어데이에 나란히 앉은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49)과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48)의 표정은 180도 달랐다.

김도훈 감독은 전장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했고, 김기동 감독은 여유가 넘쳐보였다. 현재 처한 상황이 두 감독의 감정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울산은 우승까지 한 걸음 남겨뒀다. 37라운드 현재 23승10무4패 승점 79점으로 2위 전북 현대(21승13무3패·승점 76)를 승점 3점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린다.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비기기만 해도 2005년 이후 14년만이자 통산 3번째 리그 우승에 골인한다. 2013년 12월1일 포항에 발목 잡혀 우승을 놓쳤던 만큼 웃음기를 빼고 28일 서울 신문로에서 열린 포항전(12월1일) 미디어데이에 임했다. "우승을 위한 점수는 승점 3점", "(예상 스코어)3대2", "포항 원정에서 2번 졌다. 홈에서 우리가 이겼다. 남은 경기는 우리 홈이다", "마음은 뜨겁게 가지되, 머리와 눈과 귀는 차갑게 가져야 한다", "12월1일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식이었다. 구단측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고, 김 감독이 '말로 아닌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이 참석한 국가대표 레프트백 박주호도 소속팀 감독과 비슷한 톤으로 "우승의 가능성이 큰 것이지 우승한 건 아니다. 아직 울산은 도전자다. 왕좌에 오르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우승을 거머쥔 2009년 기억을 떠올리며 "선수 한 명, 한 명의 힘이 우승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울산의 모든 선수가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고, 지금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우승과 포항, 두 단어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며 3대1 스코어를 예상했다. 김도훈 감독의 예상 스코어는 3대2.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하겠다는 생각은 같았다.

반면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김기동 감독과 송민규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럴만도 한게, 5위 포항은 순위 싸움에 연연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딸 수 있지만, 울산에 9골을 넣고 이겨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동해안더비 최근 10경기에서 3승1무6패로 열세이지만, 2013년 리그 최종전에서 역전우승을 거두고, 올시즌 33라운드 승리를 통해 파이널A 그룹에 합류한 기억도 안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원정, 스쿼드, 우승 동기부여 등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는 경기"라면서도 "울산전은 늘 의외성이 있다. 2013년 12월1일에도 그랬다. 좋은 기억 살리겠다"며 '그날'을 콕 집어 말하며 울산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건 김도훈 감독 덕분"이라는 농담까지 던졌다.

송민규는 한술 더 떴다. '어느 팀이 우승할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북이 했으면 좋겠다"고 당돌하게 답했다. 같은 질문을 받고 김도훈 감독을 바라보며 선수에게 마이크를 넘겼던 김기동 감독은 지키지 않고 골을 넣어 승리하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김기동 감독과 송민규는 각각 2대1과 1대0 승리를 예상했다. 누구의 예상이 맞을지, 울산이 우승을 할 수 있을지는 김기동 감독의 말처럼 12월1일 오후 5시에 확인할 수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