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슈터들에게는 가끔 던지는 족족 공이 림에 꽂히는 듯한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앞에 두 명이 붙어도 어렵다.
안양 KGC의 박형철에게 17일 홈구장인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부산 KT전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박형철의 고감도 3점포를 앞세운 KGC가 7연승의 초상승세를 타던 KT를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최근 KBL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상승세를 타던 두 팀의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홈팀 KGC는 비록 15일 서울 SK에 패하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 6연승(11월 20일 인천 전자랜드전~12월 14일 원주 DB전)을 기록했다. 또한 상대인 KT도 11월 24일 고양 오리온전부터 14일 창원 LG전까지 7연승을 내달렸다. 쉽게 우열을 가늠하기 어려운 승부였다.
하지만 KT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큰 악재를 만났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허 훈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지게 된 것. 허 훈은 왼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약 3주간 결장하게 된다. 베스트 전력으로 맞붙었다면 좀 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수 있었지만, 허 훈의 부재로 KT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KT는 저력이 있었다. 바이런 멀린스와 베테랑 김영환이 1쿼터에서 활약했고, 2쿼터에서는 앞으로 허 훈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가드 최성모가 3점슛 1개 포함 7점을 넣으며 전반을 37-42로 엇비슷하게 마쳤다.
하지만 3쿼터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KT는 멀린스에 의존했다. 멀린스는 3점 1개 포함, 13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오히려 3쿼터에서는 KT가 1점 앞섰다. KGC는 슈터 박형철의 고감도 3점포가 불을 뿜으며 KT를 압박했다. 전반에 2개의 3점슛을 포함, 6점을 넣었던 박형철은 3쿼터에 3개를 던져 모두 성공해 11점을 기록했다. 멀린스에 끌려갈 뻔했던 흐름을 박형철이 3점포로 저지하는 형국.
결국 승부는 4쿼터에 갈렸다. 양팀은 약 4분간 득점을 하지 못한 채 팽팽한 수비전을 펼쳤다. 그러다 6분 13초 기승호의 슛을 시작으로 KGC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문성곤의 야투와 맥컬러의 덩크, 양희종의 3점슛까지 터지며 힘이 떨어진 KT의 추격을 뿌리쳤다. KT는 4쿼터에 단 8득점에 그치며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안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