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베야(스페인)=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이동국(전북)은 언제나 선수 생활 막바지와 맞닿아있다.
1979년생. 우리 나이로 42세인 그는 여전히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더욱이 K리그 최고의 팀인 전북에서 스트라이커 자리를 소화하고 있다. 자신보다 스무살 가까이 어린 수비수들과 한창 경쟁한다. 그리고 늘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동국은 또 한 시즌을 더 뛰기로 했다. 어쩌면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르는 2020년을 앞두고 전북 훈련 캠프가 차려진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만났다.
둘러가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자신의 축구 인생을 90분으로 봤을 때 어느 시점에 서 있느냐고.
"모든 팬분들이 이제 추가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저도 거의 추가시간 아니면 연장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 추가시간 혹은 연장전 종료 시점은 이동국 자신도 모른다. 그저 몸이 알려주는 신호에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맨 처음에 19, 20살에 데뷔했을 때 훈련하면서 힘든 것과 지금 훈련하면서 힘든 거와 큰 차이가 없어요. 젊었을 때도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나이가 들고 난 다음에 힘든 것도 마찬가지에요."
이동국은 회복력에 초점을 맞춘다. 회복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노하우도 생겼다.
"경기를 하면서 효율적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체력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보다는 뭔가 경기 운영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다보니까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2019년 시즌은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가까스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평소 조기 우승을 해왔던 전북 입장에서는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이 중요하다. K리그 우승을 물론이고, 아시아 무대 우승도 노린다. 팀 컬러가 바뀌었다. 변화에 이동국이 거는 기대는 크다.
"기존 선수들이 많이 이탈했어요. 새로운 선수들이 왔어요. 물론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는 해요.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라요. 양 사이드에서 빠른 선수들이 이탈했어요. 대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양 사이드에 배치될 것입니다."
무슨 의미일까. 사실 전북은 항상 밀집 수비와 마주했다. 상대팀들은 전북만 만나면 문을 걸어잠궜다. 때문에 스피드보다 기술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2020년의 전북은 이런 밀집 수비에 더욱 강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많이 내려섰을 때 해결하는 것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기에 경기를 주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역할도 확실히 정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팀 흐름을 바꾸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언젠가부터 경기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들이 나왔어요. 초반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어요. 내게 온 시간동안 운동장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베테랑을 기용하는 것이다잖아요. 그런 생각으로 경기에 나가요. 짧은 시간이지만 임팩트있고 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겠다고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르려고 합니다. 올해 역시 출전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팬들이 생각하기에 '이동국은 나오면 뭔가 해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