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힘든 시기,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영화로 숨 좀 쉬길 바란다."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뒤바뀌기 시작한 너무 다른 두 청춘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김정권 감독, 강철필름 제작).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청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사랑하고 있습니까'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아픈 상처에도 꿋꿋이 꿈을 키운 카페 알바생 소정 역의 김소은, 외강내유 카페 오너 승재 역의 성훈, 미워할 수 없는 걸크러시 안나 역의 김소혜, 카페의 훈훈한 마스코트 기혁 역의 이판도, 그리고 김정권 감독이 참석했다.
지난달 25일 진행 예정이었던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시사회를 시작으로 '결백'(박상현 감독) '침입자'(손원평 감독) '콜'(이충현 감독) '후쿠오카'(장률 감독) '뮬란'(니키 카로 감독) '주디'(루퍼트 굴드 감독) 등 무려 50여편이 넘는 신작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봉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하면서 영화계 행사가 중단된지 약 한달. 정부의 방역 일환으로 전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과 자발적 격리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모두의 우려와 반대 속 시사회를 강행해 논란을 샀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랑하고 있습니까' 제작진과 홍보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당일 사사회에서는 지켜지지 않았고 열감지카메라는 물론 손세정제 비치 같은 코로나19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시사회에 참석한 취재진도 평소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등 여러모로 허술한 준비로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더불어 여러 잡음 속 시사회를 강행한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시대착오적인 판타지 로맨스 스토리로 실망을 안겼다. 어느날 정체 모를 할머니가 두고 간 마법의 사랑 지침서에 의존하는 여주인공과 이런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고 또 고백을 강요하는 남자주인공 등 현실과 동떨어진 로맨스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패닉에 빠진 영화계에 불시착한 역주행 로맨스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사랑하고 있습니까' 시사회 진행을 맡은 하지영은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질의 응답 시간에는 영화에 대한 질문만 받겠다. 현시국에 대한 질문은 조심스러울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성훈은 "여기까지 오기 힘든 시기임에도 마스크 착용하고 참석해줘서 감사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성훈은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성질이 좋지 않은, 갑질하고 있는 카페 사장을 연기하게 됐다. 잘못하면 커뮤니티에 올라갈만한 갑질이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로맨스이기 때문에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김정권 감독과 친분이 있었다. 감독의 전작도 좋았고 감성을 믿고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사실 시나리오에서는 터프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어떻게 연기를 하다보니 이런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 폭이 그 정도밖에 안됐던 것 같다. 당시에는 내가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지금 보니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그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영화가 아니다.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지 않나?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이 숨은 좀 쉬고 살아야 한다. 극장에 오시더라도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오신다면 우리가 우려하는 코로나19는 잘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겁지 않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자신했다.
김소은은 "예전에 촬영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지난해 사망한 고(故) 전미선과 모녀(母女)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해 "전미선 선배와 현장에서 호흡이 정말 잘맞았다. 딸로서 감정 이입이 정말 잘됐고 연기하는데 있어서 수월하게 촬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엄마 역을 연기한 전미선 선배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이다. 전미선 선배가 안 좋은 일을 겪고 마음이 한동안 너무 안 좋았다. 아직도 마음이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우리 영화는 온가족이 와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들 마스크와 장갑을 잘 착용해 영화를 보러 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정권 감독은 "이렇게 관심을 가져줄지 몰랐다. 영화 '동감'으로 데뷔를 했는데 이후 일생을 영화를 위해 달려왔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흥행이라는걸 무시할 수 없었다. 현실 때문에 많이 지쳤다. 그래서 중국으로 가 중국에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다시 초심을 잡자는 마음을 가졌는데 중국을 다녀온 뒤 그동안 너무 상업적인 틀에 갇혔구나 싶었다. 일상의 소중함들을 어깨에 힘 빼고 연출해보고 싶었다. 한편의 수필집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연출하게 됐다"고 의도를 전했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김소은, 성훈, 김선웅, 김소혜, 이판도, 고(故) 전미선 등이 출연했고 '동감' '바보' '설해' '그 남자의 책 198쪽'의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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