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대한항공의 베테랑 센터 진상헌(34)이 자유계약(FA)을 통해 OK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OK저축은행 입장에선 큰 사건이다. 2013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외부 FA 영입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부 FA를 잡는데 주력했고, 대부분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외부 FA 영입전에 참전 적도 있었다. 전광인과 정지석이 각각 2018년과 2019년 FA 시장에 나왔을 때 물밑에서 금융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 잇따라 패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달랐다. 진상헌을 FA로 영입하려는 타 구단의 움직임이 없었던 점은 그나마 OK저축은행의 부담을 덜어줬지만, 결정적인 효과로 진상헌을 품을 수 있었다. 바로 '석진욱 감독 효과'다. OK저축은행 실무자들이 진상헌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에서 석진욱 감독까지 현장 테이블에 앉아 협상에 도움을 줬다. 때문에 진상헌은 지난 13일 원소속팀 대한항공 측을 마지막으로 만난 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14일 오후 OK저축은행과 전격 계약했다. "적극적 영입의지를 보여준 석진욱 감독의 진정성에 이적을 결심했다"는 진상헌의 말은 진심이었다.
선수들은 FA 계약을 통해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타팀 이적시 연봉 대폭 인상과 함께 계약기간 3년간 연봉이 깎이지 않는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헌데 이적은 선수에게 부담이다. 무엇보다 2007년에 입단해 대한항공 유니폼만 13년 입은 진상헌 같은 경우 적을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선수들 사이에는 '원클럽 맨'에 대한 자부심도 공유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수가 굳은 결심을 할 수 있는 계기 중 한 가지는 지도자다. 감독의 영향이 큰 프로배구계에서 선수는 감독의 지도 스타일, 성향 등을 파악해 이적 결정을 하게 된다. 선수 생명이 짧아 돈을 많이 주는 쪽으로 귀가 기울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 팀의 감독이 누구냐도 구단이 선수를 영입할 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석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좋아하는 지도자다. 좋아한다는 건 사적으로도 좋아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원하는 배울 것이 있는 감독이란 평가가 더 맞을 듯하다. 현역 시절 '돌도사'라는 별명처럼 국내 최고의 수비형 레프트였던 석 감독과 자신의 배구인생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복수의 배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OK저축은행이 2018~2019시즌이 끝나고 김세진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풍파를 겪고 결국 석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건 지난 시즌 성적을 떠나 결과적으로 성공한 부분이 됐다. 그만큼 현역 선수들이 따르고 존경하는 석 감독에게서 우러나오는 아우라는 새 감독을 찾고 있는 팀에서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요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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