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마침내 K리그의 문이 열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4일 제3차 이사회를 통해 코로나19로 연기됐던 2020년 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개막전을 5월 8일 금요일 밤 열기로 했다. 작년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우승팀 수원 삼성이 첫 대결을 펼친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정부 방침을 감안해 무관중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아쉽지만, 축구 갈증에 목말랐던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눈여겨 볼 것은 K리그 개막을 향한 전세계적인 관심이다. 옆 동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이전부터 K리그의 개막 움직임을 주시해왔다. 노르웨이, 키프로스, 몬테네그로, 브라질 등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고국은 물론, 축구 선진국인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K리그 개막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5일(한국시각) K리그 개막일 확정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프로스포츠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과 의미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축구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화된 스포츠로 불리며, 전세계 어디서든 열린다는 축구를 멈춰 세웠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이어졌다. 축구가 멈추며 축구 산업까지 함께 중단됐다. 몇몇 구단은 파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리그 정상화가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리그 재개라는 큰 틀을 정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일찌감치 리그 취소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K리그가 개막을 선언하고 나섰다. 물론 벨라루스, 니카라과, 대만 등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리그가 진행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리그 수준이 떨어지는데다, 코로나19를 극복했다기 보다는 무리하게 진행한 측면이 컸다. 실제 아시아 최초로 개막을 선언했던 타지키스탄은 코로나19가 퍼지자 곧바로 리그를 중단했다. K리그는 이들 케이스와는 다르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지만, 신속하고 모범적인 국가적 대응으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한국은 전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며, 국가 방역의 새로운 롤모델이 됐다.
K리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리그가 성공적으로 리그를 진행할 경우, 리그 재개를, 혹은 개막을 준비 중인 타 리그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는 연기된 두달이라는 시간 동안 개막을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마쳤다. 23일 공개된 인천-수원FC의 첫 연습경기에서 리허설을 마치며, 성공 진행의 가능성을 보였다. 발열 체크, 동선 관리는 물론 선수들의 음료수가 섞이지 않기 위해 뚜껑에 번호까지 적는 세심함을 보였다. 연맹은 추가 연습경기를 통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력, 재력을 넘어 '안전'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중요해진 지금, K리그는 과거보다 진일보할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뜻하지 않은 곳에서 얻게 됐다. 지난해 해외 10여개국과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한 K리그는 그 범위를 확대할 찬스를 잡으며, 브랜드 이미지 상승은 물론 경제적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여러 방송사들과 접촉 중이던 연맹은 이미 지역을 불문하고 쏟아지는 해외 중계 에이전시들의 문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축구 가뭄으로 스웨덴 2부리그까지 중계되고 있는 지금, K리그는 국내외 축구팬들이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축구 콘텐츠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흥행의 가능성을 보인 K리그는 세계화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기회를 얻었다. 일단 그 성공의 시작과 끝은 안전이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완벽한 매뉴얼로 시즌을 준비하는게 중요하다. 이는 K리그 구성원 모두의 숙제다.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확진되지 않도록 스스로 격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모든 영역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이른바 '뉴노멀'의 시대. 과연 변방이었던 K리그는 바이러스 없는 경기장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뉴 노멀'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