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원투 펀치'란 복싱에서 잽과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연달아 가격한다는 뜻이다. 야구에서는 1-2선발을 가리켜 원투 펀치라 부른다. 선발 로테이션을 짤 때 팀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 2명을 앞에 두는 건, 3연전 시리즈, 나아가 시즌 초반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서다. 2017년 KIA 타이거즈를 우승으로 이끈 건 나란히 20승을 거둔 양현종-헥터 노에시, 원투 펀치의 힘이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 펀치를 꼽으라면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 듀오다. 두 선수는 지난해 합계 28승, 365⅓이닝,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다. 올해 다른 팀 어떤 원투 펀치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방해물이 나타났다. 두 투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입국 직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지난 8일에서야 팀 훈련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전지훈련 후 미국으로 돌아간 기간까지 포함하면 한 달간 '나홀로' 지낸 탓에 다시 몸을 만들어야 했다. 실전에서 투구수 100개를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간은 최소 4주. 두 선수는 이제야 실전 등판에 나서고 있어 올시즌 개막 시리즈에는 출격이 어려운 상황이다.
컨디션이 조금 더 빨리 오른 윌슨은 지난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가 3⅓이닝 1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일본 오키나와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58일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른 윌슨은 앞으로 한 경기 더 리허설을 갖고 정규시즌 로테이션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리고 켈리는 29일 2군 연습장인 이천에서 연습경기에 등판해 첫 실전 테스트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류중일 감독은 이날 "켈리가 어제 불펜피칭을 했는데, 그전보다는 훨씬 좋았다"면서 "윌슨보다 훈련 시작이 이틀 정도 늦었기 때문에 예상컨대 윌슨과 켈리는 (로테이션 순서가)떨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두 투수를 붙여서 로테이션을 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단 5월 5~7일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3연전에는 차우찬, 송은범, 임찬규 순으로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팀내 3~5선발이다. 이 순서에 변수가 발생한다면 정찬헌과 김윤식을 집어넣겠다는 게 류 감독의 구상이다. 지금 스케줄대로면 윌슨과 켈리는 8~10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3연전 기간 출격 가능하다. 컨디션 회복 속도 차이를 감안하면 윌슨이 첫 경기, 켈리가 세 번째 경기에 등판하는 게 자연스럽다. 류 감독은 이 부분을 설명한 것이다.
물론 로테이션 순서는 시즌이 진행되면 부상, 날씨, 상대팀 상황 등으로 인해 언제든 바뀐다. 윌슨과 켈리가 다시 붙을 수 있고,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 감독들은 보통 순위 싸움을 벌이는 팀과 만날 경우 3연전 가운데 두 경기에 원투 펀치를 내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둘의 순서를 붙여야 확률이 높아진다.
LG는 시즌 개막과 함께 두산, NC, SK, 키움을 차례로 만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들을 상대로 시즌 첫 12경기를 치러야 한다. 시즌 초부터 험난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류 감독은 이 시기에 원투 펀치를 붙이기 힘든 상황이 원망스러울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