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인터뷰] 최윤소, 2년 공백으로 만난 인생작 '꽃길만 걸어요'.."고민에 위궤양까지"

by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최윤소(35)에게 '꽃길만 걸어요'는 갈증의 해소였다.

2010년 SBS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최윤소는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tvN '라이어 게임'(2014), tvN '두번째 스무살'(2015), OCN '동네의 영웅'(2016), MBC '가화만사성'(2016) 등에서 활약했다. 이뿐만 아니라 KBS2 '이름 없는 여자'(2017)에서는 희대의 악녀 구해주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모든 작품에서 '구해주'가 언급이 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악녀로 주목을 받았기에 KBS1 일일드라마 '꽃길만 걸어요'(채해영 나승현 극본, 박기현 연출)는 최윤소에게 찾아온 기회였다. 무엇을 하더라도 악녀처럼 보인다던 시청자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었다. '꽃길만 걸어요'에서 최윤소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도 시어머니인 왕꼰닙(양희경)과 함께 사는 불굴의 며느리 강여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여원이 같은 역할을 10년 만에 만난 것은 기회였다. 실제로 저를 아는 분들은 저와 여원이가 어울리고, 여원이 같은 모습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모든 장면마다 '강여원 빨리 구해주로 변해라'고 하시는데 그 때마다 고민이 깊었다."

'꽃길만 걸어요'는 힐링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23.9%(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은 드라마였지만, 남편이 죽은 뒤 시어머니와 계속 함께 산다는 점에서 '이해 불가'를 외치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작품. 최윤소는 "댓글을 많이 보는 편이라 중간에 여원이 캐릭터가 개연성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혼란스러웠고, '왜 내가 연기하는 여원이를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여원이가 싫고 너만 없어지면 된다'고까지 하시더라. 내가 이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인데, 고민에 위궤양까지 앓을 정도였다. 저는 제가 여원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없었고 다 이해가 됐다. 싫어서 이혼을 했던 것이 아니라 화목한 가정에 갑자기 사고가 난 거 아니냐. 시어머니와 가족들의 사랑을 받던 여원이가 갑자기 남편이 없다고 해서 나올 수 있을까. 저는 못 나올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최윤소가 연기했던 강여원은 최종회까지도 왕꼰닙과의 삶을 이어갔고, 최종회에서는 남자친구였던 봉천동(설정환)과의 사랑까지 인정받았다. 최윤소는 "마지막회를 보면 프러포즈를 받고 콩을 고르며 시어머니께 밝은 척 말했다. '어머니 저 엄마 여의고 동원씨 떠나 보내고, 어머니만 의지하고 살았다. 친정엄마 있는 사람 하나도 안 부럽다'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며느리를 '애미야'라고 부른 게 아니라 '여원아'라고 부르며 쓰다듬어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모든 게 설명이 됐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떠나서 여자 대 여자로서 꼰닙도 기구한 여자가 아니냐. 여원이도 그걸 알고 여자들의 의리로 서로의 옆을 지켰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여원이가 좋았다. 비록 답답하고 멍청해보이고, 때로는 '조선시대냐'는 말도 들을 지언정 그런 여원이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다. 제가 지금껏 했던 캐릭터와 작품들 중 인생 작품이고 캐릭터다"고 말했다.

특히 '꽃길만 걸어요'는 최윤소가 2년 여의 공백기 후 만난 작품이었다. 그는 "배우들은 늘 작품이 끝나면 은퇴한 가장들이 겪는 감정을 늘 겪는다.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으니. '이름 없는 여자'가 끝나고 이렇게 오래 작품을 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진짜 실업자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이 에너지를 이제 어디에 쓰지, 뭘로 행복을 느끼지'하는 허탈감이 있었다. 그래서 매일 그렇게 바쁘게 일하다가 늦잠 자고, 일어나서 TV를 보고 있으면 은퇴한 가장의 느낌이 들더라. 2년 공백기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중간에 오래 함께했던 소속사를 옮기며 공백이 길었다. 소속사를 나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나이도 애매했고 공허감이 심했다. 제 직업에 '배우'라는 단어를 쓰기도 어색했다. 서른 중반까지는 배우로서 정점을 이루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면, 내가 여기에 재능이 없거나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꽃길만 걸어요'를 만났는데 운명처럼, 진짜 단비를 만난 느낌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이었고 감독님으로서도 모험일 수밖에 없었는데 용기를 내주시고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 보답하려고 더 열심히 연기했다. 그거밖에 보답할 방법이 없으니"라고 밝혔다.

그렇게 만난 '꽃길만 걸어요'는 최윤소의 '진짜 인생작'이었다. 최윤소는 "극의 중심이 되어서, 제 얘기를, 연기를 오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그게 좋았다. 그전에는 조연으로 잘 된 드라마가 많았잖나. '두 번째 스무살'도 그랬고, '품위 있는 그녀'도 그랬다. 드라마는 잘 됐지만, 저는 웃고 있지 못했다. '시크릿 가든'도 너무 주목을 받았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 시간에 5분 남짓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그나마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느낄 수 있는,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을 주고 싶었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는 데뷔 이래 팬들도 많아졌고, 편지도 많이 받았다. '공무원 시험을 보는데 여원이의 강단있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하고, '응원메시지를 부탁한다'는 편지도 받았다. 또 20대 초반 학생이 어머니가 지병으로 계신데 병원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긍정적으로 변하고 호전이 됐다고 하더라. 저에게 '은인'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뿌듯했다. 내 직업과 내 연기가 희망이 돼 저에게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와 감동을 주는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값진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윤소는 '꽃길만 걸어요'를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