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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에게 월세 면제 요구, 입주사에게는 '나몰라?', 위워크의 두얼굴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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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최근 서울 시내 일부 건물 임대인들에게 석달간 월세를 면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위워크는 글로벌 본사 임원진이 새롭게 정비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설명했으나, 일부 입주업체에서는 '위워크의 신개념 을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글로벌 회사인 위워크가 무늬만 '을'이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건물주들에게는 실제적으로는 '갑질'을 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위워크가 정작 위워크 내 입주 업체들을 위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지원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위워크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매우 이중적인 태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위워크는 최근 기업공개(IPO) 무산에 따른 자금난으로 소프트뱅크의 주식 매입이 철회되는 일까지 겪었다. 이로 인해 전 CEO가 소송을 제기도 하는 등 위워크 본사 차원의 잡음도 계속되고 있어 향후 안정적인 성장에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건물주에게는 월세 감면 요청하고, 입주사 금전적 어려움엔 '나몰라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워크는 최근 서울 시내 일부 건물 임대인들에게 "글로벌 본사 방침으로 향후 석달 간의 월세를 낼 수 없게 됐다"며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일방적으로 발송했다.

2016년 8월 한국에 진출한 위워크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공문까지 보낸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코로나19 이후 수익성이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나름의 대책이었을 것이라 분석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위워크의 행보는 여러 면에서 업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위워크가 글로벌 회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사례라 보기도 한다. 건물주들이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위워크에게 거센 반발 등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공문을 통해 일방적인 요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은근한 협박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 평이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관련 산업들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방안이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직접적 비용 지출로 피해를 입고 있는 위워크 내 입주 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이 없는 점은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워크가 사업 초기 일부 건물의 공실률을 낮추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거대 글로벌 회사를 상대로 크게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위워크는 현재 입주업체의 임대료 감면이나 코로나19 이후 특별한 지원책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문 발송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입주 업체들에게도 임대료를 동일하게 감면해줘라", "입주 기업들에게는 이용요금 전부를 받을 것 아니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위워크는 "전사적 글로벌 정책 시행보다 전 세계 600여곳 이상의 파트너사에게 개별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전 세계 위워크 지점들의 장기적 전망과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경보에 따라 전 지점에 걸쳐 철저한 예방과 선제적 관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속적인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워크가 '입주업체들과 개별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솔루션을 찾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한 이중적 태도로 보인다. 자신들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명분하에 중대형 이상의 건물 소유주들에게 '글로벌 정책'이라며 임대료 감면을 일괄 강요한 반면,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 마련은 '개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명목 아래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착한 월세,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이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역시 올 상반기 임대료 인하에 나선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서 교수는 "입주 업체들에게는 이용 대금을 이전과 동일하게 받으면서, 건물 임대인에게는 월세를 낼 수 없다고 말하는 위워크의 행보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 역시 위워크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한국적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거품 빠지고, 안팎으로 계속되는 잡음…지속 성장 가능성 입증 가능할까

위워크는 한때 47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글로벌 유니콘 기업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기업 가치 역시 80억달러로 쪼그라든 상태다. 위워크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주식 30억 달러어치를 공개 매입한다고 약속했지만 미국 내에서 법적 조사를 받는 중이라는 점과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까지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주식 매입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전 CEO인 애덤 노이만이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본사 차원의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한때 위워크를 비롯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은 유명 벤처투자자들의 거대 자본에 기댄 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 창출' 측면이 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의 평가가 아닌, 지속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부분이 필수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워크의 이번 행보는 지속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위워크가 무탈한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회사라는 지위 남용보다 건물주와 입주 업체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사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건물주나 입주 업체 중 한 쪽이라도 무너진다면 지속적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