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타일러 살라디노(31)는 시즌 초 4번을 쳤다. 예상 외로 한국야구 적응이 늦어졌다. 부진이 길어지며 타순이 슬금슬금 뒤로 밀렸다. 7번까지 내려갔다. 페이스를 회복하면서 다시 6번→5번으로 한계단씩 올라섰다.
궁극의 자기 자리는 바로 3번이었다. 살라디노는 2일 잠실 LG전 부터 본격적으로 3번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 2경기에서 살라디노는 펄펄 날았다. 7타수4안타 4타점, 3득점. 4안타 중 홈런과 2루타 등 장타가 3개였다.
'찬스메이커+해결사' 동시수행이 가능한 살라디노에게 3번은 그야말로 최적의 제 자리였다. 김상수 박찬도의 발 빠른 테이블세터가 차려주는 밥상을 포식하는 해결사 역할이 첫번째. 상대 투수가 경계 모드로 돌아서자 차분하게 볼넷 2개를 골라 4번 이원석에게 무려 8타점 짜리 풍성한 밥상을 차려줬다.
3일 LG전에서 살라디노는 변화무쌍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다.
0-2로 뒤진 4회초 무사 1,2루. 살라디노는 자신을 의식하는 LG 투수 켈리로 부터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 찬스를 이원석에게 선사했다. 곧바로 이원석의 싹쓸이 역전 2루타가 터졌다.
5-3으로 앞선 5회초 1사 2루에서도 살라디노는 또 한번 밥상을 차렸다. 2B2S에서 켈리의 패스트볼 2개를 잘 골라내 1,2루 찬스를 이원석에게 넘겼다. 이원석은 큼직한 좌월 3점 홈런으로 단숨에 8-3으로 벌리며 승부의 흐름을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살라디노의 4,5회 두 타석 연속 볼넷이 켈리에게 타격감 좋은 이원석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압박한 셈.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하지만 살라디노는 이날 찬스메이커 역할에만 그치지 않았다. 해결사 역할도 제대로 했다. LG가 6회 2점을 추격하며 압박해오자 7회 1사 2루에서 LG 투수 김대현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리며 추격의지를 꺾었다.
영리한 판단이 만들어낸 한방이었다. 김대현은 살라디노와 신중한 승부 끝에 3B1S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5구째 슬라이더 유인구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뚝 떨어졌다. 변화구 스트라이크를 노리던 살라디노의 배트가 헛돌았다. 이미 6타점 째를 올린 무시무시한 이원석을 바로 뒤에 두고 유인구 볼을 던질지 몰랐다는 듯 살라디노는 타석에서 씩 웃었다. 3B2S 풀카운트. 살라디노 예상대로 김대현은 승부를 걸었다. 가장 자신 있는 145㎞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미 칠 생각을 하고 있던 살라디노가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좌중월 담장을 향해 쐈다. LG 좌익수 김현수가 희망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잡아보려 펜스 앞에서 점프했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담장 뒤로 사라졌다. 승부는 그 한방으로 사실상 끝이었다.
삼성의 3연속 위닝시리즈를 이끈 살라디노의 볼넷 2개와 쐐기 홈런. 찬스메이커와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해낸 '3번' 살라디노의 진가가 고스란히 발휘된 경기였다. 살라디노와 이원석 콤비의 맹활약 속에 삼성은 3연속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으며 6위로 점프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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