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손 혁 전 감독의 자진사퇴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자생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의 특수성, 염경엽-장정석-손 혁으로 이어지는 감독선임 과정과 이별에서의 일반적이지 않은 스토리들. 3위를 달리고 있던 상위권 팀의 갑작스런 감독 교체, 또 35세 전력분석원 출신 퀄리티 컨트롤 코치의 감독대행 임명까지.
일부 야구인들은 이번 사안은 프론트의 전횡, 야구의 가치 훼손을 넘어 "야구를 너무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발끈하고 있다. 또 한편에선 이러한 접근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구단 최고위층이 이래라 저래라 할것 같으면 그들이 직접 감독을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은 13일 본지에 의견을 보내 "야구계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XX)'이 들어와서 활개치고 유린한다. 자기 선배가, 후배가 무시당하고 사정없이 까이는데도 속수무책인 것이 안타깝다. 이것은 경영자의 횡포이자 갑질이다. 침묵하는 야구인들을 보고있자니 답답하다. 일구회와 한은회(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 협회)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현실도 야구인들을 우습게 본다"며 "야구판이 마치 자기가 평생가꾸고 보살피고 키워온 터전인마냥 모욕적인 처사를 일삼고 있다"며 키움 구단 경영진을 비판했다.
수석코치나 기존 코치를 배제한 채 김창현 감독대행을 덜컥 내세운 점에 대해서도 일종의 '거꾸로 전략'에 매몰된 처사로 보는 야구인이 많다.
야구인 출신 A단장은 좀 다른 의견을 전해왔다. A단장은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감독을 무시하고 이런 것에 대해 야구인들이 격분해 있지만 어차피 직업이다. 프런트에 의해 옷을 벗는 것은 야구인의 숙명이다. 프런트가 욕을 먹으면서도 '우리 야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럴수 있다. 다만 과정이 문제다. 누가 그런 대접(간섭에 의한 스트레스)을 좋아하겠나. 사람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이건 갑질이다. 감독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할 정도면 감독보다 야구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키움 구단이 말하는 데이터야구를 하지 않는 팀이 어디있나. 요즘은 넘쳐나는 데이터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키움이 말하는 야구가 데이터 야구인지, 프런트 야구인지, 구단주 야구인지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스몰볼로 촉발된 손 혁 감독 야구에 대한 비판은 3위를 달리는 감독을 경질시킬 명분의 실체여부로 옮아갔고, 나아가 구단의 운영행태, 현장과 프런트의 협업 경계까지 이야기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겪고 있는 선수단내 혼란과 선수들이 겪는 이중고는 차치하고 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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