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샤인' 손흥민(28·토트넘)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공동 1위다.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모인, EPL에서도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다. 지난 시즌에 반시즌간 손흥민과 함께 한 조제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마무리 재능을 간파하고, 올 시즌 그를 '포쳐(전문 골잡이)'로 활용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의 노림수는 대성공이었다. 손흥민은 EPL 8경기에서 8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페널티킥 하나 없는 순도 100%의 기록이다.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을 향해 영국 현지에서도 "월드 클래스"라며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아이러니다. 이토록 뛰어난 '피니셔'가 대표팀에서는 '도우미'로 활용되고 있다. 벤투호에 손흥민 보다 뛰어난 '골잡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손흥민은 지난 15일(한국시각)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황의조(보르도)의 골을 돕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4경기째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비록 손흥민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해도 상관이 없다"며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지만, 우리가 손흥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골이다.
플레이 상황에서 이타적인 것은 상관없지만, 문제는 손흥민의 활용 자체가 '골'보다 '도움'에 가깝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서 3-4-3의 왼쪽 날개로 나섰다. 중앙 미드필드진이 수비적으로 운영된 만큼, 손흥민은 이날 공격 작업의 중심에 서야 했다. 한단계 성장한 손흥민은 이 역할도 완벽히 소화했다. 황의조를 향해 찔러주는 두 차례 날카로운 패스는 전문 플레이메이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볼잡는 위치가 너무 내려서 있다보니, 정작 손흥민을 가장 날카롭게 쓸 수 있는 페널티박스 안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손흥민이 EPL 득점 1위로 올라선 핵심 마법은 '위치 변화'였다. 무리뉴 감독은 왼쪽 측면에서 주로 뛰던 손흥민을 최전방 위로 올렸다. 대신 해리 케인을 밑으로 내렸다. 케인이 내려와 수비를 유도한 뒤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고, 발빠른 손흥민이 뒷공간을 침투해 마무리하게 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페널티박스 밖 슈팅이 많았던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 숫자를 늘리며, 골도 늘렸다. 원래 스트라이커 출신인 손흥민은 깔끔한 마무리 능력을 과시하며 토트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케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 역할도 나쁘지 않게 소화하고 있지만, 손흥민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발빠른 침투에 이은 슈팅이 나와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 대표팀의 공격작업에서는 이같은 패턴이 나오기 힘들다. 손흥민이 너무 내려서서 볼을 잡는데다, 손흥민이 뛰어들 타이밍에 찔러줄 선수도 없다.
그래서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강인은 올 시즌 발렌시아에서 출전 시간을 늘리며, 특유의 마법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절묘한 탈압박에 이은 스루패스는 빅클럽을 상대로도 통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이강인은 멕시코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이강인의 활용도가 올라간다면, 손흥민이 자신의 장점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이강인의 패스+손흥민의 마무리'를 볼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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