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압도적 1인은 없을지 몰라도. 돌아가면서 터진다. 두산 베어스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면 바로 '잇몸 야구'다.
두산의 올 시즌 마무리 투수는 이영하였다. 시즌 출발은 함덕주였지만, 두사람의 부진이 겹치면서 보직을 이동했다.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마무리 경험을 쌓는 이영하는 기복이 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정규 시즌에서는 큰 무리 없이 경기를 이끌어왔지만, 단기전은 또 다르다. 한 순간의 흔들림이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긴장감이 넘친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이어가는 동안 두산에서 가장 압도적인 불펜 요원을 찾자면, 답변을 하기까지 잠시 망설일 수도 있다. 필승조 이승진, 박치국이 있고 또 마무리 이영하가 존재하지만 아직 단기전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라 타자를 압도하는 아우라는 부족하다 여겨진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두산은 'A가 없으면 B가 막아주고, B가 흔들리면 C가 대체하는' 이상적 야구를 실현시키고 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경기 연속 선발 아닌 불펜으로 핵심 역할을 해낸 최원준이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홍건희와 김민규가 감독의 예상을 깨고 자신들의 가을야구 데뷔 무대에서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최원준, 홍건희가 부진하자 박치국, 이승진 그리고 김강률이 나타났다. 김태형 감독은 "솔직히 지금 김강률은 감독의 믿는 카드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부상 회복 이후 올해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과 구위, 구속 등을 감안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3차전에서 선발 최원준을 내리고, 뒤이어 등판한 홍건희까지 무너지자 김강률을 투입했다. 어찌 보면 모험이었다. 만약 김강률까지 흔들렸다면 두산은 역전패의 충격이 더욱 강하게 밀려왔을지 모른다.
그런데 김강률의 반전이 시작됐다. 상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쪽은 김강률이 아니라 NC 타자들이었다. 김강률이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끌어주면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벌 수 있었고, 박치국과 이승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건희가 길게 가줄 수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도 제구력 문제가 있었다. 강률이가 중요한 역할을 너무 잘해줬다. 2~3번 연속으로 이런 투구가 나와야 하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나와서 그 역할을 해주는 게 지금 우리 선수들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믿는 선수를 확실히 밀어주는 김태형 감독의 특성상. 확실한 선발 투수 3명과 필승조 2명만 존재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것을 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두산 투수진 구성상 기존의 야구와는 다른 야구를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대체 작전이 통하고 있다. 한명의 화려한 MVP는 없어도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주인공인 야구. 숱한 경험을 쌓은 두산도 아직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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