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감독실은 불야성.'
요즘 부산 아이파크에서는 포르투갈 출신 외국인 사령탑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44)의 열정이 잔잔한 화제다.
사실 부산 구단은 현재 비상 상황이다. 새로 부임했던 기영옥 대표이사가 전 소속팀 광주FC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대표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에 HDC그룹 본사로 발령났던 전임 사무국장이 구단 행정 경험이 많기에 긴급 투입돼 사무국 업무를 추스르는 중이다.
구단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평정심을 갖고 묵묵히 제 할 일을 수행하는 이가 페레즈 감독이다. 지난달 28일 입국한 그는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이번 달 중순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현재 선수단 휴가기간이라 딱히 할 일은 없어보이지만 내년 시즌 대비 새판을 짜야 한다. 페레즈 감독과 수석코치는 입국했지만 나머지 피지컬, GK코치는 비자 발급이 늦어져 아직 합류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새로 선임된 국내 코칭스태프 김치곤 코치, 함께 온 외국인 수석코치와 함께 '열공' 중이다. 구단 관계자는 "클럽하우스 감독실 불은 밤이 늦도록 꺼질 줄 모른다. 페레즈 감독이 김 코치와 함께 이것저것 분석하고 전력 구성 회의를 한다고 하더라"며 대단하다는 반응이다.
페레즈 감독에게 2주 자가격리는 공부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멍하니, 자가격리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구단 측에 선수단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일찌감치 요청했다. 구단은 그동안의 경기 영상 등 산더미 분량의 자료들을 페레즈 감독 숙소에 넣어줬다.
처음엔 그 많은 자료를 어떻게 다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단다. 한데 이게 웬걸. 격리기간을 마치고 만나 보니 부산 구단은 물론 K리그에 대해 웬만큼 꿰뚫고 있었단다. 특히 부산 선수들의 면면을 모두 파악한 뒤 이른바 필수 자원과 불필요 자원 명단까지 추려서 내놓았다는 것. 페레즈 감독이 이처럼 빠른 적응력을 보인 데에는 숨은 도움도 있었다. A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과 외국인 코치들이다.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에서 함께 생활했던 페레즈 감독을 추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A대표팀의 코치들도 페레즈 감독과 친분이 있었다. 이들에게서 이른바 '꿀팁'을 전수받은 모양이다. 벤투 감독과 코치진은 그동안 K리그 경기장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선수 발굴을 위한 자료를 축적해왔다. 이들 자료는 페레즈 감독에게도 든든한 도우미가 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매의 눈'으로 관찰한 자료이니 공신력 또한 더 높을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젊은 선수 육성에 경험이 풍부한 까닭에 페레즈 감독은 이참에 부산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변혁시키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한국어도 독학으로 배워 간단한 인사를 건네는 등 호감도 사고 있는 페레즈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지만 유럽보다 안전한 한국이니까 안도감이 든다. 오히려 잘됐다. 틀어박혀 있는 동안 공부할 시간을 더 벌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단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실의 불이 항상 켜져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내년 시즌 기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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