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금까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해온 결과물을 존중해야 한다."
사상 첫 외국인 시대에서의 리빌딩에 나선 한화를 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말이다. 그는 10년 넘게 이어진 한화의 암흑기를 두고 외면 대신 '존중'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답을 찾고, 미래를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한화는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해 외국인 코치진이 대거 합류하면서 팀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감독, 코치 모두 한화 선수들을 올 시즌 처음 만나 지도한다는 점에서 그간의 이름값, 경력에 얽매이지 않는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지난해부터 경험을 먹인 어린 선수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제로베이스에서의 출발' 가능성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지금까지 해온 결과물을 존중해야 한다. 그간 누적된 기록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즌 개막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백지상태의 출발이 오히려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 정립을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리빌딩과 성적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 수베로 감독은 스프링캠프 직전인 31일 선수단 첫 미팅에서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선 베테랑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한화 투수 중 최고참인 정우람은 "감독님이 베테랑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후배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라시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감독, 코치님이 모두 미국에서 오셨지만, 베테랑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한국 지도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수베로 감독의 존중이 '현상 유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과거를 토대로 현재 한화의 장단점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겠다는 것. 수베로 감독은 "지금은 데이터를 봐야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서 보면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보이게 된다"며 "훈련을 진행하며 나나 코치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도 (주전경쟁에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지론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쟁은 4~5선발, 내-외야, 백업 한 자리가 될 수도 있다. 그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이 하나씩 모이면 한화도 상대 팀을 이길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