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대륙별 최고의 구단,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은 프로축구선수들의 로망이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선 일단 리그에서 톱클럽의 위상을 유지해야 하고, 수많은 톱클럽들을 모두 물리치고 각 대륙 챔피언에 올라야 하며, 톱클럽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야 하고, 대회 기간 중 이적, 부상 등 변수가 없어야 한다. K리그 역사상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 우승에 이은 클럽월드컵 출전은 총 6번. 선수 인생 단 한 번도 힘들 이 클럽월드컵 무대에 무려 3번이나 나선 K리거가 있으니, 그는 바로 울산 현대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이다.
신형민은 각기 다른 3개의 팀에서 클럽월드컵을 경험하게 된, 유일한 K리거다. 2009년 프로 2년차 포항에서 ACL 우승과 함께 첫 클럽월드컵에 나섰다. 역대 최고성적, 3위에 오른 그 멤버다. 리그 우승컵만 5번을 들어올린 전북에선 2016년 안산 경찰청 전역 직후 오사카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 도전했다. ACL은 못 뛰고 클럽월드컵만 뛰었다. 그리고 새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유니폼을 입으며 5년만에 3번째 클럽월드컵에 도전하게 됐다. 울산은 4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카타르 아흐마드빈알리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챔피언' 멕시코 강호 티그레스와 첫 6강전을 치른다. 승리할 경우 남미 챔피언 파우메이라스와 4강에서 격돌한다.
3번의 클럽월드컵 출전 역사는 홍명보 감독의 러브콜 덕분에 성사됐다. 사실 1986년생 홍익대 출신 신형민과 홍 감독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다. 인맥, 학연도 전혀 없는 홍 감독이 '35세 베테랑 FA' 신형민을 원했다. "왜?"라는 질문에 그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번 여쭤봐주세요"라며 씩 웃었다. 진짜 프로끼리 눈빛으로 통했다. 홍 감독은 패배를 모르는 그의 태도, '위닝멘탈리티'를 높이 샀다. 1월 말 통영 전지훈련에서 신형민에 대해 "훈련하는 자세가 다르다. 운동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이 잘 갖춰져 있다. 그게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이라고 평한 바 있다.
울산 입성 직후 클럽하우스에 지켜본 '최고참' 신형민은 훈련시간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먼저 준비하는 선수였다. "전북에선 (이)동국이 형님이 계셔서 몰랐는데 이렇게 최고참 느낌이 들긴 처음"이라며 웃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의 경우 팀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홍 감독님께서 불러주시고, 팀을 이끌어줄 선수로 점찍어 주셔서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북도 그랬지만 울산도 신구조화가 중요한 팀이다. 감독님이 바라시는 대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13년 전 신형민처럼, 데뷔 시즌부터 리그 최강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사랑받은 '영건' 원두재와의 호흡에도 남다른 기대를 전했다. "두재는 가지고 있는 기량이 출중하다. 중앙수비도, 미드필더도 본다. 서로 잘하는 것은 북돋워주고, 단점은 열심히 보완해주면서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4일 티그레스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신형민은 "각 대륙 최고의 팀들이 나오는 만큼, 즐기는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뛰다보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으로 봤다. "3번째 클럽월드컵이지만 큰 무대를 앞두고 긴장되는 것은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일 것"이라더니 이내 베테랑다운 강인한 각오를 전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경기력, 정신력 모두 중심이 돼야 하는 위치다. 책임감으로 긴장감을 떨쳐낼 것이다. 울산에서의 첫 경기를 잘 치러서, 울산과 전세계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