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새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풍경은 비슷하다. 각 구단이 훈련 각오와 시즌 목표를 담은 현수막을 걸어놓으면서 의지를 다지는 모습도 흔하다.
한화 이글스의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거제 하청스포츠타운 풍경도 마찬가지. 하지만 특별함이 있다. 메인구장 뿐만 아니라 2, 3구장에 걸린 대부분의 현수막은 한화 팬그룹에서 직접 제작해 달아놓은 것. 수베로 감독을 환영하는 스페인어 문구 뿐만 아니라 그가 강조하는 신념(Conviction)과 실패할 자유를 떠올리며 미 프로농구 NBA 스타 찰스 바클리가 말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는 성공할 자격이 없다'는 문구까지 직접 찾아 현수막으로 제작했다.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시대를 맞이해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선수들을 향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한화 팬들의 사랑은 KBO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10년 넘게 이어지는 이른바 '암흑기'에도 뚝심 있게 팬심을 지켰다. 연패, 꼴찌 등 부진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면서 타 팀 팬들로부터 '보살팬'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 지난해에도 팀이 18연패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관중석 응원길이 막히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보문산에 올라가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열정은 수베로 감독 체제로 변신한 올해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수베로 감독도 적잖은 감동을 받은 눈치. 수베로 감독은 "현수막을 팬들이 걸어놓은 것인지 몰랐다. 그동안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팬들을 '10번째 선수'라고 자주 말한다. 이것(캠프 현수막)이 그 증거"라며 "한화가 열정적인 팬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