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지난 10일 KB손해보험에 0대3으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 선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팀 창단 이래 최악인 8연패 부진. 순위는 이미 꼴찌로 주저 앉은 지 오래였지만, 손을 놓을 순 없었다. 고 감독이 찾은 해결책은 선수들과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하나 둘 입을 열면서 펼쳐진 두 시간 가량의 열띤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은 '자율 훈련'이었다. 포지션 별로 원하는 훈련을 한 뒤, 경기 전날 호흡을 맞추면서 돌파구를 찾아가기로 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설 연휴를 반납한 채 체육관에서 굵은 땀을 흘리면서 반등을 위해 몸부림쳤다.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만난 삼성화재는 나흘 전과 완전히 다른 팀이 돼 있었다. 경기 초반부터 자신 있게 서브를 꽂아 넣었고, 아웃되는 공을 쫓아가 디그를 만들어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내심 이날 승리로 3위권 도약을 노리던 한국전력은 1세트부터 펼쳐진 삼성화재의 집중력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결과는 삼성화재의 세트스코어 3대2 승리. 승리가 확정된 뒤 삼성화재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뛰쳐나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경기 후 "봄 배구를 향한 우리 팀의 간절함보다 삼성화재의 연패 탈출 의지가 더 강한 경기였다. 반성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화재의 집중력이 워낙 좋았다. 수비가 안될 공이 계속 되다 보니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은 "그동안 범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약하게 때리면 상대에게 찬스볼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스윙을 하지 않으면 혼내겠다. 두 자릿수 범실도 상관없다'고 했다"며 "젊은 선수들에겐 역시 자신감이 최고인 것 같다. 오늘 경기, 올 시즌을 통해 배워가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잘 풀어가니 신이 나는 것 같다. 오늘 이기면 이틀 간 휴식을 주겠다고 하니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함성이 나오더라. '선수들이 원했던 게 이런 거 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흡족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모습이 엿보였다. 오늘도 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런 모습이 삼성화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삼성화재 신장호는 '이틀 간 휴식' 이야기가 나오자 "그것 때문에 이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감독님께 고맙다. 그동안 부진한 가운데에도 선수들의 의견을 다 받아주셨다.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김동영은 "감독님은 '1~2라운드 때처럼 즐기는 모습이 안나온다'고 하시더라. 설 연휴 기간 계속 훈련을 했다. 비시즌 때 훈련하듯 즐기는 훈련을 많이 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감독님은 '미친듯이 즐기자'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부분과 파이팅이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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