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NC 다이노스는 2020년, 팀 창단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성장한 구창모와 국내 선발 투수들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과 투타 주축 선수들의 활약 속에 줄곧 1위를 질주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창단 첫 대업을 일궈냈다. 그 순간을 위해 달려온 모든 구성원들이 성과를 손에 넣고 자축했다.
이재학에게 2020년은 최악의 시즌이었다. NC의 고정 선발 투수로 활약해왔던 그는 지난해 데뷔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여느 시즌과 다름 없이 선발로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은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여름부터는 무너지는 경기가 늘어났다. 8월 15일 LG 트윈스전에서 2⅓이닝동안 10안타(1홈런) 2탈삼진 2볼넷 10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진 후, 이재학은 재조정 시간을 가졌다. 그뒤로는 1-2군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1군에 머무는 시간보다 2군에서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되찾지 못했던 이재학은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 승선에도 실패하면서 NC의 첫 우승을 함께하지 못했다. NC의 1군 첫 시즌부터 함께 한 창단 멤버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재학은 지난해를 돌아보며 "힘들었다. 그런 아픔을 다시 겪고싶지 않아서 몸과 마음을 독하게 먹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고 생각을 많이 했다. 작년에는 스스로 쫓기기도 했고, 컨트롤을 하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한 느낌이었다. 올해도 분명 안좋은 날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작년같이 흔들리거나 쫓기는 마음을 없애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투구 영상을 복기하면서 실제로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간결한 투구폼과 짧고 임팩트 있는 팔 스윙이다. "작년 투구폼을 보니 늘어진 느낌이 있었다. 늘어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했다"는 그는 "간결하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다. 아직도 만드는 중이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재학은 첫 실전에서도 첫 단추를 잘 뀄다. 7일 창원 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2이닝을 5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하게 막아냈다. 구위, 제구 모두 만족스러웠다. 직구 뿐만 아니라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동욱 감독도 "이재학이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실행에 옮겼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있다"며 칭찬했다.
겨우내 NC 동료들로부터 '가장 독하게 훈련한 선수'로 꼽힌 이재학은 평소보다 페이스를 더 빨리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 컨디션이 좋았을 때도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때는 감각을 찾기 힘든 '슬로스타터'에 해당됐지만 올해는 시작을 잘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 아래 다르게 준비 중이다. 이재학은 "지금은 경쟁을 해야 하고, 내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 팀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 예전에는 내 자리를 보장 받았었다면, 이제는 경쟁하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경쟁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서 팀이 올해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낼때 같이 하고싶은 마음 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제 이재학은 송명기, 김영규 등과 경쟁을 해야한다. 시즌 개막 전까지 시범경기 포함 3차례의 등판이 잡혀있다. 그 3경기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이재학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슬럼프의 기억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성과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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