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그땐 팬레터 두께로 경쟁했지."
LG 트윈스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1994년일 것이다. 당시 류지현 서용빈 김재현 등 3명의 신인트리오가 신바람을 일으켰고, LG는 그해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37년이 지난 2021년 트리오 중 한명이었던 류지현은 LG의 감독이 돼 우승에 도전한다.
LG 류지현 감독이 1994년의 에피소드를 잠시 방출했다. 동기인 KT 위즈 소형준과 LG 이민호의 연습경기 맞대결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났던 것.
한참 라이벌 구도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말하던 류 감독은 갑자기 피식 웃더니 "우리 때는 팬레터 두께로 경쟁했었다"라고 했다.
1994년 당시 구리에 처음으로 훈련장이 생겨 숙소생활을 할 때였다. 신인이던 류 감독과 서용빈 KT 2군 감독, 김재현 해설위원 모두 숙소생활을 했었다고. 워낙 인기가 많았던 터라 아날로그 시대였던 그때는 팬레터가 인기의 척도였다.
매일 숙소로 팬들의 전화가 빗발쳐 경비원이 오래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고. 류 감독은 "당시 숙소에 전화선이 2개였다. 11시 정도까지는 전화가 오면 선수에게 연결을 해주셨고 이후엔 전화를 안바꿔 주셨는데 밤늦게까지 계속 전화가 와서 경비원분들이 엄청 힘드셨다"면서 "경비원 분들이 한달을 못버티고 나가시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3명의 팬층도 달랐다고 했다. "(서)용빈이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께 인기가 많았고, (김)재현이는 어린쪽에 팬층이 많았다"라고 했다. 류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은 어느 세대였냐고 묻자 "난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했다. 나는 귀여움으로 승부했었다"라며 쑥스러운지 크게 웃었다.
류 감독은 "당시 어린 팬들을 오빠부대라고 했었다. 농구로 시작해 야구, 축구로 퍼졌다"라며 "오빠부대로 인해 여성야구팬들이 늘었고 그러면서 관중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KBO리그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간이 황금기였다. 1993년 처음으로 400만 관중을 넘겼고, 1995년엔 첫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때 LG는 홈관중 126만4762명을 기록해 팀 최다 관중 기록을 썼다.
류 감독은 새로운 인기 스타들의 탄생을 기대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이 10년 넘게 이끌어줬다"는 류 감독은 "꼭 우리팀이 아니더라도 이제 새로운 얼굴이 탄생해서 리그를 이끌어주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소형준과 이민호의 시즌 중 맞대결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억지로 맞붙일 필요는 없지만 굳이 피할 필요도 없다"면서 "순리대로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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