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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외화벌이→오스카 영광"…윤여정, 98%의 품격과 2%의 유머로 완성한 소감(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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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시상식에 대한 예우와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향한 존경, 그리고 경쟁에 대한 부담감을 오롯하게 녹여낸 품격의 소감이다. 여기에 특유의 쿨함과 재치를 더한 입담까지.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진출에 대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축하에 개성 있는 소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윤여정은 15일(현지시각) 공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발표에서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그는 4월 25일 미국 LA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등과 경합을 펼치게 됐다.

현재 윤여정은 지난 1월부터 캐나다에서 진행된 애플TV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촬영을 마치고 15일 귀국해 국내 방역 지침에 따라 곧바로 2주간 자가 격리에 돌입한 상태다. 그는 관객을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16일 오후 '미나리'의 국내 홍보 대행사인 국외자들을 통해 "죄송하다.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어젯밤 서울에 도착했다. 이 시기에 놀러 다녀온 것은 아니고 나름 외화벌이 하러 촬영 다녀왔다"며 특유의 유머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알지만 이렇게 밖에 인사를 못 드려 너무 죄송하다.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는데 현재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나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나와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이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고 바라실 텐데 내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된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나도 상상을 못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이 영화 시나리오를 나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내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하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15일) 소식을 들었는데 내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돼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나 대신 울더라. 어쨌든 내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나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고 재차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된다. 내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보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다시 한번 상황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하다. 응원 정말 감사하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을 주축으로 국내 배우로는 한예리와 윤여정이 가세했다. 또 다른 한국계 미국 배우 앨런 김, 노엘 조가 출연했고 한국계 미국 감독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윤여정은 극 중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빼앗았다.

여우조연상 후보인 윤여정 외에도 '미나리'는 작품상(크리스티나 오),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정이삭), 음악상(에밀 모세리)까지 무려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내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보들과 경합을 펼친다.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배우 윤여정 소감 전문>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어젯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 시기에 놀러 다녀온 것은 아니고 나름 외화벌이를 하러 촬영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지금 나이 74세인데 이 나이에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고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를 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아는데 이렇게 밖에 인사를 못 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는데 격리 중이라 만날 수 없어 너무 속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됩니다.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같이 자가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 다보니 끝에 호명되어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저 대신 울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다시 한번 상황상 직접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