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고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는 '곰의 탈을 쓴 여우'로 불린다.
무심한 듯 플레이를 하지만 마스크를 쓸 때나, 타석에서나 치밀하게 계산된 노림수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또 한명의 '곰의 탈의 쓴 여우'가 등장했다.
양의지와 같은 두산 베어스 출신 FA 이적생 오재일. 공-수 맹활약으로 새로운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는 뉴 블루 파워다.
오재일은 4일 고척 키움전에서 3타수2안타 2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 했다. 팀도 6대3으로 승리하며 올 시즌 키움전 5경기 만에 4연패 사슬을 끊고 첫 승을 거뒀다.
오재일의 기지는 3-0으로 앞선 7회초에 빛났다.
에이스 뷰캐넌 이후와 키움의 뒷심을 감안하면 추가점이 절실했다.
2사후 오재일이 네번째 타석에 섰다. 키움 선발 한현희는 3회 3실점 이후 눈부신 호투중이었다. 2사까지 투구수 101구.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7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오재일과의 승부도 씩씩했다.
여전히 힘있는 패스트볼로 2B2S를 점했다. 특히 4구째 패스트볼은 강력했다. 뱀직구 처럼 좌타자 안에서 밖으로 휘어지며 타자 몸쪽에 대고 있던 포수 이지영의 미트를 강하게 때렸다. 무려 150㎞가 찍혔다.
타석에 선 오재일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현희를 바라보고 웃으면서 입을 둥글게 말아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105구 째 패스트볼이 꿈틀대며 살아 들어오는 것도 놀랍고, 완벽한 제구도 놀랍다는 의미. '이런 강력한 공을 어떻게 치느냐'는 선수끼리의 인정이 담긴 표정이었다.
5구째 승부. 자신감이 차오른 한현희-이지영 배터리의 선택는 또 한번 패스트볼이었다. 149㎞ 빠른 공이 살짝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오재일은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전광석화 같은 스윙으로 내야를 반으로 가르며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오재일이 놓은 덫에 걸려든 셈.
올 시즌 최다 투구수인 106구. 송신영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교체였다.
한현희는 못내 아쉬웠다. 마운드를 바로 내려가지 못했다. 송신영 코치가 가르쳐준 체인지업으로 승부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오재일과의 승부에 실패하며 7이닝을 마치지 못한 무패 투수. 큰 아쉬움을 표하며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한현희가 내려간 직후 볼넷→실책에 이은 이원석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0-5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경기 후반 역전의 희망이 가물가물해지는 순간. 올 시즌 5연승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 하던 한현희의 시즌 첫 패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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