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 야구의 국제 무대 환희, 그 중심엔 언제나 한방이 있었다.
도쿄올림픽에 나선 김경문호. 13년전 '금빛 질주'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심엔 이승엽이 있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까지 극도의 타격 부진을 보였던 그는 '약속의 8회'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장쾌한 투런포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일본을 노메달로 몰아넣은 한방이자, 김경문호 금빛질주의 교두보를 넣은 천금의 아치였다.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당시에도 승부를 가른 것은 한방이었다. 1-2로 끌려가던 9회초 이대호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뜨린 뒤 2루에서 선보인 어퍼컷 세리머니는 한국 야구의 국제 대회 도전사를 돌아볼 때마다 회자되는 추억의 명장면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의 키포인트는 장타다. 요코하마구장의 좌우 펜스 거리는 94.2m, 좌우 중간 111m, 중앙 118m로 일본 프로야구(NPB) 구단들이 사용하는 구장 중 두 번째로 작은 규모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조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높이 5.3m인 펜스도 직격 타구가 나오면 장타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생소한 투수들이 마운드에 서고 단기 총력전 체제인 국제 대회, 올림픽 특성상 한방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만하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국제대회에서 연속 안타가 나오기 쉽지 않다. 결국 장타 한 방이 승부를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김경문호의 전력은 앞선 국제 대회 구성보다 약하다는 게 중론. 하지만 마운드에 비해 타선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전반기에만 홈런 20개를 친 양의지(NC)를 비롯해 강민호(삼성) 강백호 황재균(이상 KT)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김현수(LG) 등 언제든 한방을 터뜨릴 만한 타자들이 즐비하다. 이승엽 이대호처럼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상황에 맞는 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사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타자들이 준비를 잘했다. 오지환(LG)은 일을 낼 것 같고, 강백호의 타격감은 놀라울 정도"라며 "양의지 이정후(키움)의 타격감이 좀 더 올라온다면 타선이 좀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승부에 나서는 김경문호, 과연 선배들이 쓴 환희의 역사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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