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는 터줏대감이었다.
매년 다른 젊은 선수의 도전을 받았고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박찬호(KIA 타이거즈)→심우준(KT 위즈)→김혜성(키움 히어로즈)으로 이어진 거센 도전. 함께 경쟁하며 도루의 가치를 지켜 냈던 삼성 대도 박해민(31)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끝까지 흥미로울 것 같았던 도루왕 타이틀 경쟁이 싱거워졌다.
박해민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 7회말 수비 도중 정은원의 직선타를 다이빙 캐치하는 과정에서 왼손 엄지를 접질렀다. 타구를 점프 캐치한 뒤 앞구르기를 하는 과정에서 글러브를 낀 손의 인대를 다쳤다.
평소 엄살이 없는 선수.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 속에서 큰 부상의 암담한 기운이 느껴졌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다. 야구장 인근 개인병원에서 MRI 결과 인대손상 1차 판정.
삼성 허삼영 감독은 14일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심각한 부상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박해민이 팀과 같이 뛰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향후 4주간 최대한 재활에 무게를 두고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늘 예정보다 빠르게 돌아왔던 불굴의 박해민. 기적을 일으켜 가을이 가기 전 돌아온다 해도 3년 만의 도루왕 타이틀 복귀는 불가능 해졌다.
박해민 부상 전까지 33도루로 공동 1위를 달리던 키움 김혜성은 1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달아날 채비를 갖췄다. 부상 등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시즌 도루왕은 김혜성이 유력하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던 박해민. 최근 2년간 박찬호, 심우준와 경쟁 끝에 후배들에게 2년 연속 타이틀을 내준 바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3년 연속 젊은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할 판. 후배들은 박해민이란 터줏대감 대도가 버티고 있어 더 열심히 뛰고,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
심화되는 빅볼의 시대.
평소 "도루 가치가 떨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뛰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도 팀 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뛰기를 주저하는 후배들을 안타까워 했던 박해민. 마치 온 몸으로 시위를 하듯 그의 유니폼은 늘 흙투성이였다.
불의의 부상이 멈춰세운 터줏대감의 걸음.
시즌 막판까지 함께 달려줄 파트너를 잃은 김혜성에게도 썩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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