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베일 벗은 전희철 감독의 서울 SK, 뭐가 달라졌나.
SK가 2021~2022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K는 지난주 마무리된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원주 DB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직 각 팀들의 전력이 100% 완성된 단계가 아니고, 외국인 선수가 온전하게 출전하지 못한 팀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SK의 우승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파격 선택을 한 SK이기에, 첫 단추를 잘 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SK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문경은 감독을 대신해 수석코치 역할을 하던 전희철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프로팀에서 감독 교체는 다반사지만, SK는 얘기가 달랐다. 문 전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후 무려 10년 간 SK 감독으로 활약했다. 서로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가운데, SK는 과감하게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새로운 인물도 아니었다. 문 전 감독과 함께 오래 호흡을 맞춘 전 코치가 새 감독이었다. 과연 문 전 감독의 농구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기도 했다. 전 신임 감독 뿐 아니라 전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들도 모두 기존 식구들 그대로였다.
하지만 전 감독이 이끄는 SK는 이번 컵대회에서 긍정의 기운을 발산했다. 먼저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안영준이었다. 안영준은 1m96의 장신 포워드다. 문 전 감독 시절 스몰포워드(3번) 포지션을 소화했다. 당연한 선택. 내-외곽을 넘나드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다. 여기에 간간이 3점슛까지 터뜨린다면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최고의 슈터였던 문 전 감독은 안영준을 자신과 같은 3점슈터로 키워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늘 2% 부족했다.
그런데 전 감독은 안영준을 슈팅가드(2번)로 변신시켰다. 큰 키지만 스피드가 특출나고, 볼 핸들링도 뛰어난 점을 감안했다. 보통 슈팅가드들이 1m80대 후반에서 1m90대 초반의 키. 안영준과 맞딱드리면 미스 매치다. 여기에 속공 마무리 능력이 뛰어났다. 걱정했던 3점슛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더 많이 슈팅을 던져야 하는 포지션에서 자신있게 슛을 쏘니, 성공률도 높아졌다. 이전과 비교해 슛의 포물선도 훨씬 깔끔해졌다.
SK는 FA 시장에서 스몰포워드 허일영을 영입했다. 안영준도 있고, 유독 포워드 자원이 많은 SK가 왜 허일영을 데려가는지 의문 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안영준의 2번 이동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허일영의 가세로 팀 약점이던 3점슛을 더 안정화 시켰으며, 은퇴한 김민수의 공백도 단숨에 지울 수 있었다.
분위기 전환도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SK는 문 전 감독과 10년을 함께 했다. 모처럼 만에 감독이 바뀌자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켤 수밖에 없다. 조금만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신임 감독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선수들을 한 발 더 뛰게 만든다. SK는 선수층이 두터워 1군 엔트리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팀이다.
실제 큰 무릎 부상을 털고 돌아온 최준용은 이전 자유분방했던 경기 스타일을 버리고, 컵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진지한 경기 태도를 보여 전 감독의 박수를 받았다. 개인적 아픔을 털어내기 위한 각오의 표출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팀 분위기 속 자신도 바뀌어야 한다는 정신무장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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