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응원보다는 성적이 우리 팀의 자랑거리가 됐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부산갈매기와 "마!"로 대표되는 사직 3만 관중의 응원이다. 하지만 지난 6월말, 조지훈 응원단장은 승리로 주목받는 팀이 되길 원했다.
그로부터 3개월. 롯데는 지난 9월 4일 공동 7위까지 올라서며 가을야구의 꿈을 꿨다. 하지만 이후 23경기에서 10승1무12패로 흔들리고 있다. 7위 NC 다이노스와는 3경기, 5위 키움 히어로즈와는 5경기반 차이. 좀처럼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28일 LG 트윈스전에서도 2대5로 패했다.
조지훈 단장은 9월 중순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수도권 원정길에 동행했다. 이석환 롯데 자이언츠 대표가 직접 부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관중없는 객석을 바라보며 치어리더도 없이, 3명의 스태프를 두고 단독으로 응원을 펼치는게 그에게 주어진 역할. 조 단장은 "무관중 상황은 이제 많이 겪어봤지만, 원정경기에 치어리더도 없이 혼자 응원해보긴 처음"이라면서도 "매경기가 정말 중요한 시기다.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지나치게 고요했던 야구장에 울려퍼지는 친숙한 응원가와 등장송, 흥겨운 북소리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은 물론 TV로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이대호가 조 단장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릴 정도다.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둘 뿐인 프로 원년팀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4년, 1992년 2차례 뿐. 마지막 우승이 29년전이다.
2006년 이래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 16년째, 어느덧 42세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조 단장의 등판에는 'V3'가 적혀있다. 그는 데뷔 이후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단 한번도 밟지 못했다. 롯데 팬들 사이엔 "조지훈 단장 은퇴 전에 우승 한번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일각에서는 '(조 단장 은퇴 후)V3가 영구결번되는 게 아니냐'는 웃픈 농담도 나온다.
"우리 팀은 (전력을)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성장하는 팀이지만, 올해도 분위기 한번 잘 타면 (가을야구)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한국시리즈는 응원단장 말고 야구팬으로만 가봤다. 솔직히 (타 팀 단장들이)부러울 때도 있다."
패배가 많은 팀의 응원단은 고달프다. 경기 초반에 승부가 갈려도, 점수차가 커도, 역전을 당해도 변함없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야한다. 팬들의 한숨과 침묵이 선수들의 귀에 들리지 않게 해야한다.
조 단장은 "힘내자고 위로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희망을 주는게 우리의 사명이고 숙명"이라며 "때론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처진 모습이 팬들에게 보이면 안된다. 항상 즐겁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우리 팬들이 웃으면서 경기를 보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 단장이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건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08년이다. 당시 롯데는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며 새로운 가을 단골손님으로 자리잡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8년간 가을야구는 2017년 한번 뿐이다.
"2008년엔 진짜 좋았다. 매경기 만명이 넘는 롯데 팬들이 현장을 찾아 뜨겁게 응원해주셨다. 하루하루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그 마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몇년 침체기를 겪다가 후반기에 치고 올라간다는 점에서, 올해 분위기가 2017년하고 비슷한 것 같다. 예감이 좋다."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은 '노래방'이란 별칭이 있다. '부산갈매기', '돌아와요부산항에' 등 응원가를 합창하던 3만 관중의 모습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조 단장도 그 함성이 그립다.
"팬들의 소중함을 깊게 느끼는 2년이다. 포기하지 않고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열정, 성장하는 우리 팀의 모습을 조금은 인내하며 지켜봐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언젠가 현장에서 함께 노래 부를 날만 기다린다. "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